신종 코로나바이러스(우한 폐렴) 감염 확진자가 24명으로 늘었고 접촉자 수는 약 1400명으로 급증했다. 지난달 20일 국내 첫 확진 환자가 발생한 지 3주도 채 못 돼 지역 내 감염이 현실화됐다. 홈쇼핑 우체국 병원이 폐쇄된 데 이어 어제는 잠복기 환자가 다녀간 서울 롯데백화점 본점이 방역을 위해 임시 휴업에 들어갔다. 교육부는 초중고교의 수업일수를 최대 10분의 1까지 단축하기로 했다. 법적으로 ‘천재지변’에나 할 수 있는 조치다. 국민의 일상과 경제 시스템이 곳곳에서 마비되는 비상상황이다.
그런데 정부는 “지역사회로 확산 가능성이 점점 커지는 엄중한 상황”이라면서도 감염병 위기경보는 ‘제한적 전파’일 때 발령하는 ‘경계’를 유지하고 있다. 실제 대응은 지역사회 전파 시 발령하는 최고 수위인 ‘심각’에 준하겠다고 했지만 환자의 동선과 같은 기초적인 정보조차 빠르고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아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보건당국은 사태 초기에는 하루 만에 역학조사를 끝내고 환자의 동선을 공개했으나 확진자 수가 조사 역량을 초과하면서 정보 공개도 늦어지고 있다. 명확한 매뉴얼이 없다 보니 중앙에서 미적거리는 동안 자치단체장들이 개인 소셜미디어 계정을 통해 공개하기도 한다. 지자체별 정보 공개는 혼선을 유발한다고 우려하지만 지금까지 지자체가 공개한 정보 가운데 틀린 내용은 없었고 오히려 괴소문을 잠재우는 효과가 있었다. 보건당국은 구체적인 정보 공개 기준을 만들고 신속 정확하게 제공해 국민들이 감염을 예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17개 시도 보건환경연구원이 해오던 바이러스 감염 여부 검사가 어제부터 50여 개 민간 의료기관으로 확대됨에 따라 잠재돼 있던 확진 환자가 무더기로 나올 가능성이 있다. 병상 확대 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워야 할 때다. 대한의사협회는 대정부 권고문을 내고 “전국 격리병실 수가 260여 개에 불과해 환자가 급증하면 감염의 대확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일부 국공립병원을 감염 환자만 진료하는 코호트 격리병원으로 지정하자”고 제안했다.
2015년 메르스 때는 감염자를 격리 치료할 수 있는 시설이 없는 병원에까지 환자를 수용하는 바람에 환자 가족과 의료인들도 감염되는 등 피해를 키웠다. 효과적 치료와 지역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일부 국공립병원을 감염자 전용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하루속히 위기 경보를 ‘심각’으로 격상하고 총동원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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