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5728조 규모 예산안 마련”
中-러 겨냥한 ‘핵무기 현대화’ 가속, 달탐사 우주개발 예산도 13% 늘려
해외원조 등 非국방예산 확 줄여… 코로나 영향 전염병 예산은 유지
지출삭감 45%가 의료비 등 복지… 원안대로 하원 통과 가능성은 낮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핵무기 및 우주 개발 예산을 대폭 증액하고 해외 원조 등을 큰 폭으로 줄이는 내년 예산안을 마련했다고 미 언론이 9일 전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이 확산됨에 따라 전염병 예산은 삭감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 백악관은 4조8000억 달러(약 5728조8000억 원) 규모의 2021회계연도(2021년 10월∼2022년 9월) 예산안을 마련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행정부 고위 관리를 인용해 보도했다. 백악관 예산안은 행정부의 역점 사업이 반영돼 대통령의 ‘비전 성명서’로 불린다. 특히 내년 예산안은 트럼프 대통령이 11월 대선에서 재선될 경우 곧장 가동할 ‘집권 2기’의 청사진을 담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예산안에서 국방예산으로 전년 대비 0.3% 늘어난 7405억 달러를 책정한 점이 눈에 띈다. 미 인터넷 매체 액시오스에 따르면 국방부의 핵무기 전달체계를 근대화하는 예산이 289억 달러(약 34조3700억 원), 이를 수행할 국가핵안보국(NNSA)의 예산 198억 달러가 반영됐다. 이는 전년 대비 20% 가까이 늘어난 규모다. 러시아와 중국의 도전에 맞서 세계 최고의 핵무기를 보유해야 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신념이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반면 야당인 민주당은 핵무기 현대화보다 국제 군축협상을 통해 핵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선호한다.
2024년까지 우주인을 다시 달에 보내는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항공우주국(NASA·나사) 예산도 13% 늘려 잡았다. 보훈부와 국토안보부도 예산이 각각 13%, 3% 늘었다.
반면 국방 분야 이외의 지출은 전년 대비 5% 삭감된 5900억 달러가 반영됐다. 해외 원조 예산도 21% 삭감됐다.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예산은 9% 줄었지만 전염병 대응을 위한 예산(43억 달러)은 유지된다. 주택도시개발부 예산도 15% 삭감이라는 된서리를 맞았다.
백악관의 예산 절감 방안도 논란거리다. 백악관은 향후 10년간 연방정부 지출을 4조4000억 달러 줄일 계획인데, 삭감 대상의 약 45%가 사회안전망 관련 예산이다. 메디케어(노년층 의료비 보조) 처방 약값에서 1300억 달러, 메디케이드(저소득층 및 장애인 의료비 보조) 및 푸드 스탬프(저소득층 영양 지원) 등에서 2920억 달러 등 의무 지출 프로그램에서 약 2조 달러를 줄일 방침이다.
백악관은 2025년 만료되는 감세안을 2035년까지 연장하는 내용의 ‘감세 2.0’ 계획도 이번 예산안에 반영했다. 재선이 되면 중산층 감세안을 밀어붙이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11월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민주당이 장악한 하원에서 백악관이 마련한 예산안을 원안대로 통과시킬 가능성은 낮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치적으로 유용한 선거용 카드가 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예산안의 주요 내용을 대선 공약으로 내세우고 표심 공략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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