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수단별 통행량 변화 분석
청년 1인가구-고령자 인구 증가… “교통정책도 통행 특성 맞춰야”
서울 은평구에 사는 직장인 강모 씨(34)는 출퇴근할 때 주로 시내버스를 이용한다. 집에서 사무실이 있는 종로구까지는 버스로 약 40분 거리. 눈, 비가 오거나 추운 날이 아니라면 공공 자전거인 ‘따릉이’도 종종 이용한다. 그는 가끔 승용차가 필요하다고 느낄 때도 있지만 1인 가구이다 보니 생각보다 쓸 일이 많지 않을 것 같다는 판단에 구입을 미루고 있다. 그는 “집에서 종로, 신촌, 상암 등 집 근처 중심가로 연결되는 시내버스 노선이 적어 불편할 때가 있다”며 “택시나 승용차 없이도 편리하게 다닐 수 있는 교통 환경이 조성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비혼, 저출산 등에 따른 1인 가구 증가에 인구 고령화까지 겹치면서 서울시민들의 교통 수단 이용 및 통행 행태가 달라지고 있지만 시의 교통정책은 3, 4인 중심 표준가구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연구원은 최근 공개한 ‘사회환경 변화와 서울의 모빌리티’ 보고서에서 “서울 인구의 주류가 되고 있는 고령자와 1인 가구의 통행 특성 변화가 교통정책 마련의 중요한 쟁점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시 인구는 2017년 약 940만 명에서 2045년 약 845만 명까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인구 감소 추세가 이어지는 데에도 불구하고 가구 수는 매년 늘고 있다. 특히 1인 가구는 서울시의 대표적인 가구 특성 중 하나로 자리매김을 했다. 2017년 기준 서울시 가구의 약 30%가 1인 가구인데, 2045년에는 36.7%까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시민들의 통행 패턴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경제활동인구가 늘면서 통행량이나 통행 목적에 변화가 온 것이다. 1인당 하루 평균 통행량은 2006년 2.14회에서 2016년 2.38회로 증가했다.
특히 청년 1인 가구의 통행 패턴이 두드러진다. 2017년 서울시 1인 가구의 약 47%에 해당하는 55만 명이 만 19∼39세인 청년 1인 가구다. 이들의 통행 수단은 대중교통이 49%로 가장 많았다. 이후 도보 및 자전거(24%), 승용차(22%), 택시 및 기타(5%) 순이었다. 보고서는 “진입 장벽이 높은 주택 마련 대신 자동차 소유를 선택하거나 2015년 도입된 공공자전거 따릉이를 이용하는 청년이 늘어난 결과”라고 분석했다.
고령자의 증가도 통행 패턴에 영향을 미쳤다. 서울시의 만 65세 이상 고령자는 2017년 현재 129만 명으로 10년 전과 비교할 때 약 2배로 증가했다. 경제 활동에 참여하는 고령자가 늘면서 도보 및 승용차 이용 빈도가 늘었지만, 이는 자연스럽게 교통사고 증가를 불러왔다. 전체 고령자 중 만 71세 이상 운전자의 실수로 발생한 교통사고는 2006년 19%에서 2016년 35%로 급증했다.
보고서는 통행 특성의 변화에 따른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청년층을 위해 시내버스 노선 확충이나 공유차량, 전동 킥보드 등의 운행 환경 정비 등을 추진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고령자의 자가운전 포기를 유도하는 대신 에스컬레이터, 엘리베이터 등 대중교통 접근 수단의 확충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유경상 서울연구원 연구위원은 “도보나 자전거 이용 시민이 증가하는 추세를 감안해 인도와 자전거도로를 정비하는 등 주통행 계층인 청년 1인 가구와 고령자를 위한 교통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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