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이 만든 글로벌 유행
‘박소담 노래 동영상’ SNS서 인기… 美대사 “짜파구리 먹으며 축하”
나라마다 다른 포스터 화제 모아… 봉준호 팬덤 ‘봉 하이브’ 신조어도
“제시카는 외동딸, 일리노이 시카고, 과 선배는 김진모, 그는 니 사촌∼.”
영화 ‘기생충’ 속 기정(박소담)이 기우(최우식)에서 가상의 인물인 ‘제시카’의 프로필을 외우기 위해 ‘독도는 우리 땅’을 개사해 만든 노래다. 이 노래에는 ‘제시카 송’, ‘제시카 징글’이라는 이름이 붙으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유행하는 요소를 응용해 만든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활발하게 공유됐다.
기생충의 북미 배급사 네온은 박소담이 직접 제시카송을 부르는 영상을 SNS에 공유했다. 박소담은 영상에서 “초인종 노래를 배우고 싶은 분들께 이 노래를 바친다”고 밝혔다. 네온은 제시카송을 벨소리로 제작해 내려받을 수 있도록 했다. 제시카송에 등장하는 제시카, 일리노이, 시카고 등 영어 문구가 적힌 티셔츠와 머그컵도 등장했다.
지난해 하순부터 기생충이 주요 영화제 등의 상을 휩쓸고 할리우드의 핫이슈로 떠오르면서 세계적으로 다양한 화제를 남겼다. ‘제시카 징글’을 비롯해 ‘짜파구리’, 나라마다 다른 이미지의 포스터 등이 화제가 됐다.
충숙(장혜진)이 박 사장의 아들에게 급하게 요리해준 ‘짜파구리’도 열풍을 일으켰다. 짜파구리에 대한 관심이 커지자 한우를 넣은 짜파구리의 탄생 배경을 봉준호 감독이 직접 밝혔다. 봉 감독은 지난해 10월 미국 할리우드에서 열린 시사회 직후 간담회에서 “두 개의 인스턴트 누들을 섞은 것이다. 하나는 짜장이고 다른 하나는 매운 라면이다. 부자들은 보통 비싸고 건강한 음식만 먹기 때문에 이런 건 잘 안 먹지만 아이들에겐 인기가 있다. ‘애는 애’라는 걸 보여주기 위해 이 장면을 삽입했다”고 밝혔다. 이어 “엄마가 그 위에 부자다운 등심 토핑을 한 것이다. 그 부분은 내 창작”이라고 설명했다.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는 10일 ‘기생충’이 각본상을 받은 직후 트위터에 축하 인사와 함께 “대사관 동료들과 함께 ‘짜파구리’를 먹으며 오스카 시상식 관전 파티를 즐기고 있다”며 컵라면 등 사진을 올려 눈길을 끌었다.
봉 감독에 대한 팬덤을 일컫는 ‘봉 하이브(hive·벌집)’란 신조어도 탄생했다. 특히 유명 감독과 배우들이 앞다퉈 SNS와 인터뷰를 통해 봉 감독에 대한 칭찬을 늘어놓았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은 지난달 말 미국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봉 감독과 5, 6번의 식사를 했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가장 좋아하는 오스카 경쟁작으로 기생충을 꼽았다. 이 같은 봉 하이브 신드롬에는 봉 감독의 재치 있고 유머 넘치는 인터뷰가 한몫했다. 그는 미국 연예매체 데드라인과의 1월 인터뷰에서는 “지금 상황이 영화 ‘인셉션’ 같다. 눈을 뜨면 난 여전히 기생충을 찍고 있고 밥차에 불이 붙어 우왕좌왕하고 있을 것 같다”며 국제영화제에서 상을 휩쓰는 것에 대한 기분을 인셉션처럼 꿈꾸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각국에서 제작한 기생충의 포스터도 화제가 됐다. 프랑스, 스위스, 독일에서는 김상만 감독이 디자인한 기존 포스터에 ‘침입자를 찾아라’라는 문구를 넣었다. 홍콩과 마카오는 ‘상류기생족’이라는 제목과 함께 ‘가난이 막다른 길은 아닐 수 있다’는 카피를, 일본은 ‘반지하의 가족’이라는 부제를 붙였다. 영국 배급사는 박 사장의 집 곳곳을 9개 화면으로 분할해 넣은 포스터를 선보였다. 이 포스터에는 박 사장 집의 테이블 밑에 오스카상 트로피를 숨겨 놓아 재치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