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별진료소 의료진 ‘의심 환자’ 판단에도 25번 “다른 병원 가겠다” 하자 돌려보내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2월 11일 03시 00분


코멘트

[신종 코로나 확산]
진료소 나와 마트 들러 7명과 접촉… 다음날 다시 방문해 검사받고 확진

자체소독 나선 시흥 주민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25∼27번째 확진자인 일가족이 살고 있는 경기 시흥시 매화고 일대를 주민들이 10일 오후 자체 소독했다. 시흥=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자체소독 나선 시흥 주민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25∼27번째 확진자인 일가족이 살고 있는 경기 시흥시 매화고 일대를 주민들이 10일 오후 자체 소독했다. 시흥=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25번째 확진자가 처음 병원 선별진료소를 찾았을 때 의료진과 보건 당국이 의심 환자로 판단하고도 신종 코로나 검사를 하지 않은 채 돌려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진료소를 나간 확진자는 대형 슈퍼마켓에 들러 시민 7명과 접촉했다.

10일 질병관리본부(질본)와 시흥시보건소에 따르면 25번째 확진자인 A 씨(73·여)는 7일 오전 9시 8분 경기 시흥시 신천연합병원 선별진료소를 찾았다. 26번째 확진자인 아들 B 씨(52)도 동행했다. 의료진은 신종 코로나 검사를 받아야 한다며 A 씨 목 안에서 검체를 채취했다.

이후 선별진료소는 시흥시보건소로 연락해 A 씨 검체를 어느 기관에 맡겨야 하는지 물었다. 하지만 보건소는 곧바로 답하지 못했다고 한다. 시흥시보건소 관계자는 “당시는 검사 대상을 확대한 첫날이라 어떤 기관에서 검체 검사를 할 수 있는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했다. 보건 당국은 2주 안에 중국 방문 기록이 없고 확진자와 접촉한 적 없는 A 씨 같은 사람도 의사 소견에 따라 신종 코로나 검사를 받을 수 있게 7일 지침을 바꿨다.

보건소와 진료소가 검사 가능한 기관을 찾는 동안, A 씨와 아들은 “검사받을 대형 병원을 찾았으니 그리 가겠다”고 했다. 보건소와 진료소는 A 씨 말을 믿고 돌려보냈다. 보건소는 A 씨가 의심 환자란 사실도 질본에 알리지 않았다. 질본이 7일 시행한 ‘신종 코로나 대응 지침’대로라면 의심 환자를 처음 알게 된 시흥시보건소는 질본 긴급상황실에 곧장 알렸어야 했다.

병원을 나온 A 씨와 아들은 오전 10시 44분 인근 대형 슈퍼마켓인 ‘엘마트 시흥점’에서 장을 보며 직원 3명, 고객 4명과 접촉했다. 이후 집에 간 A 씨는 이튿날인 8일 오후 2시 신천연합병원 선별진료소를 다시 찾았다. A 씨는 9일 확진 판정을 받고 경기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에 격리됐다.

27번째 확진 판정을 받은 A 씨의 중국인 며느리 C 씨(38)도 귀국 닷새 만인 이달 5일 열이 나 신천연합병원 선별진료소를 찾았지만 검사를 받지 못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27번째 확진자는 당시 인플루엔자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고 흉부 방사선 촬영에서 폐렴 소견이 보이지 않아 의심 환자로 분류되지 않았다”며 “그때는 중국에 다녀와도 폐렴 증세를 보여야만 의심 환자로 봤다”고 설명했다. 광저우 등을 방문했던 C 씨는 입국 뒤 줄곧 자택인 시흥시 아파트에 머물렀다. C 씨는 9일 오전 시어머니 A 씨가 확진자로 분류된 뒤 그날 오후 검사를 받아 확진 판정을 받았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우한 폐렴#코로나 바이러스#25번 환자#확진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