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교도소 자리에 공원 만든다더니 아파트가 웬말”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2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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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하빈면 감문리로 이전
기재부, 공원 개발 약속 뒤집고 3분의 1부지에 공공주택 조성 계획
대구시 “협의 안되면 매입도 불사”

11일 오후 대구 달성군 화원읍 천내리 주택가. 폭 10m 정도인 골목은 대낮인데도 인적이 드물었다. 오랜 시간 버려진 것으로 보이는 폐공장이 눈에 들어왔다. 외벽은 세월을 견디지 못한 듯 무너져 내렸다. 어른 한 사람이 들어갈 정도로 뚫린 공간인데 안을 살펴보니 곳곳에 생활쓰레기가 나뒹굴었다. 반경 약 100m 거리에는 대구교도소가 보였다.

대구교도소는 1971년 여기에 자리를 잡았다. 1995년 달성군이 대구시에 편입된 뒤 성장을 거듭해 전국 최고 수준의 지방자치단체에 올랐다. 하지만 교도소 일대만 대구에서 가장 낡은 지역으로 남았다. 고도제한 등이 발목을 잡아 재개발 시계는 멈춘 상태다.

대구교도소가 내년 달성군 하빈면 감문리로 이전한다. 추진 소식을 들은 주민들은 크게 반겼다.

하지만 최근 교도소 이전 뒤 대지 활용(후적지)에 도시공원 대신 상당수 공공주택(아파트)을 조성하겠다는 사업 방향이 알려지자 지자체와 주민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박모 씨(60)는 “50년간 교도소 때문에 피해를 안고 살았다. 쾌적한 환경에서 여생을 보낼 수 있다는 생각을 접었다”며 한숨을 쉬었다.

1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011년 국토해양부(현 국토교통부) 중앙도시계획위원회는 법무부가 대구교도소를 개발제한구역인 달성군 하빈면 감문리 일대로 이전하겠다며 제출한 계획을 조건부 승인했다. 향후 후적지를 공익 범위에서 활용 가능한 시민공원 등으로 개발해야 한다는 게 조건이었다.

이후 달성군은 2013년 주민공청회에 이어 후적지 개발 용역을 진행했다. 주민 의견을 수렴해 문화광장과 교정박물관, 예술회관을 갖춘 도시공원으로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담았다.

그러나 대구교도소가 새 터로 이전하면서 소유권을 갖게 된 기획재정부가 지난해 1월 당초 계획과 다른 구상을 밝히며 논란이 일었다.

국유재산 토지개발 선도사업 전국 11곳을 선정하며 대구교도소 후적지를 포함시켰다. 이 사업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사업 개발을 맡는다. 아파트 건립 등으로 거둔 수익으로 전체 부지를 개발하는 방식을 도입한다.

기재부와 LH는 최근 대구교도소 후적지 10만여 m² 가운데 3분의 1가량을 공공주택으로 개발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으며 갈등은 더욱 커지는 모양새다.

대구시와 달성군은 “절대 수용할 수 없다”며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주민들은 “동네 작은 공원 하나 얻으려고 수십 년간 피해를 감수한 게 아니다”며 목소리를 높인다.

시와 달성군은 기획재정부와의 협의가 여의치 않으면 교도소 후적지를 직접 매입해 개발할 방침이다.

이진하 대구시 도시계획정책관은 “후적지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달성군 발전을 위한 마중물 역할을 하는 공공시설이 들어서야 한다. 후적지 용도는 현재 녹지이기 때문에 매입 자금은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기재부는 토지개발 선도사업 방식이 아니라면 여력이 없기 때문에 도시공원도 조성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기재부 국유재산조정과 관계자는 “교도소뿐만 아니라 군부대 등 전국에 비슷한 시설로 피해를 본 지역이 많기 때문에 특정 지역의 주민 피해만 고려해 개발할 순 없다. 다른 지역 사업을 먼저 협의하면서 대구 지역과 상생하는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국유재산 토지개발#대구시 아파트 조성#도시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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