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은퇴할 메르켈 후계자 꼽힌 크람프카렌바워 기민당 대표
신나치 극우당 ‘전략적 협조’ 덕에 지방선거 승리 비난 거세자 책임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후계자로 꼽혀온 아네그레트 크람프카렌바워 기독민주당(CDU) 대표(58·사진)가 당 대표직 사퇴는 물론 차기 연방 총리 후보 불출마를 전격 선언했다. 5일 독일 튀링겐주(州) 총리 선출 과정에서 극우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CDU가 미는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면서 사실상 독일 정치권에서 금기시된 극우정당과의 공조가 일어난 데 대해 책임을 지기 위해서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크람프카렌바워 대표는 이날 베를린 CDU 중앙당사에서 “올여름에 당 대표 겸 총리 후보 선출 과정을 진행한 뒤 대표직에서도 물러나겠다”고 선언했다.
크람프카렌바워 대표는 ‘미니 메르켈’로 불리던 인물이다. 그는 자를란트주 총리를 지내다 2018년 초 메르켈 총리의 눈에 들어 기민당 사무총장으로 발탁됐다. 같은 해 12월 당 대표로 선출되면서 2021년 정계를 은퇴하는 메르켈 총리의 후계자로 주목받았다. 지난해 유럽의회 선거, 독일 작센주 등 지방선거에서 CDU 지지율이 하락하면서 당내 입지가 좁아졌지만 차기 총리 1순위로 꼽혀왔다.
그런 그가 급작스럽게 당 대표는 물론 총리 후보 사퇴 선언을 한 것은 5일 튀링겐주 지방선거 결과 때문이다. 이 선거에서 집권여당 CDU는 시장주의 성향의 소수당 자유민주당(FDP) 소속 토마스 케머리히를 주 총리 후보로 밀었다. CDU가 튀링겐주에서는 제3당에 불과해, 튀링겐주 제1당인 좌파당 소속의 보도 라맬로 현 총리가 재선할 것으로 관측됐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AfD가 자신들의 후보 대신 FDP에 전략적으로 몰표를 주면서 케머리히가 당선됐다는 점이다. 집권여당 CDU와 AfD가 협력해 FDP 후보를 당선시킨 것이다. ‘신나치’로 불리던 AfD와의 공조에 전 독일이 충격에 빠졌고, 크람프카렌바워 대표는 표결의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미니 메르켈’의 사퇴로 향후 독일 정치권이 지각변동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총리 후보로는 메르켈 총리의 집권 전 정치적 라이벌이었던 프리드리히 메르츠 전 CDU 원내대표가 급부상하고 있다. 당내 우파세력의 절대적 지지를 받아온 그는 지난해 12월 차기 총리 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1위에 올랐다.
CNN은 “메르켈의 후계 구상은 산산조각 났지만 메르켈 총리가 2021년 마음을 바꿔 다시 출마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향후 상황을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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