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한 국가유공자의 아버지가 보내온 손편지를 받았다. 평생을 휠체어에 의지해야 하는 아들에게서 희망을 발견했다는 내용이었다. 아버지는 아들이 군 복무 중 경추 손상을 입고 장애인이 됐던 11년 전을 회상하며 “하늘이 무너지는 심정이었다”고 썼다.
그가 다시 희망을 본 건 3년 전. 아들이 대한민국상이군경체육회 소속으로 탁구를 시작하면서였다. 그는 “아들이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많았다”며 “연습을 거듭하며 실력이 향상됐고 수원보훈재활센터에서 합숙하면서 실력이 더 많이 좋아졌다”고 했다. 최근 아들은 남미 국제대회에도 참가했다. 국가보훈처는 상이군경체육회 선수들이 참가하는 국내외 대회 제반 비용 등을 지원하고 있다. 아버지는 “부족한 실력인 제 아들과 저를 먼 나라까지 가서 경기할 수 있도록 해줘 감사하다. 제 아들이 살아가는 데 큰 도움이 됐을 것”이라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편지 두 장을 꽉 채운 아버지 마음에 나는 “당연히 해야 할 역할을 했을 뿐”이라며 손으로 쓴 답장을 보냈다.
보훈의 본질은 국가유공자가 자신의 헌신에 대해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 편지는 모든 국가유공자와 가족들이 보훈의 본질을 체감할 수 있도록 더 노력해야겠다는 각오를 더 단단히 하게 된 계기가 됐다. 지난해 8월 취임 이후 줄곧 전국을 돌며 국가유공자 등 보훈 대상자들의 의견을 들었다. 그동안의 보훈정책은 분명 성과가 있었다. 그러나 보훈의료만 해도 현장에선 “(보훈처 산하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이 운영하는) 보훈병원이 너무 멀고 대기시간도 길다”, “지정 위탁병원의 약제비가 부담스럽다”는 목소리가 여전했다.
보훈처는 올해부터 국가유공자가 집과 더 가까운 곳에서 진료 받을 수 있도록 현재 320여 개인 위탁병원을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중앙보훈병원 치과병원과 지방 4개 도시 재활센터 확충도 추진하고 있다. 약제비 감면 혜택은 6개 보훈병원 외에 위탁병원 전체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전문가 참여 확대는 물론 시민 참여도 법제화해 보다 전문적이고 공정한 보훈심사 체계도 만들 계획이다.
우리 역사 계승을 통한 ‘국민통합’ 역시 보훈의 또 다른 역할이다. 특히 올해는 봉오동·청산리 전투 전승 100주년과 6·25전쟁 70주년, 4·19혁명 60주년, 5·18민주화운동 40주년 등 국민통합의 초석이 될 굵직한 기념식이 많다.
2020년 국가보훈처는 ‘보훈’을 통해 좌절을 희망으로 바꾼 어느 국가유공자 아버지와 같은 사례가 더 많아지도록 국가 책임을 강화하는 방법을 끊임없이 고민할 것이다. ‘나라를 위한 희생과 헌신에 합당한 보상과 예우의 실현’이라는 정부의 보훈 철학이 모든 보훈 현장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말이다. 국가유공자를 제대로 모시는 것, 그분들이 국민들로부터 존경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곧 국민통합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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