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성적에 묻힌 득점 2위… 34세 가빈, 괴력은 그대로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2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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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만에 V리그 복귀, 꼴찌 한국전력서 고군분투

먹이를 낚아채려는 맹수의 날카로운 눈. 과거 삼성화재 왕조의 주역이었던 가빈은 7년 만에 돌아온 V리그에서 한국전력 유니폼을 입고 고군분투하고 있다. 팀이 최하위에 머물러 있는 가운데 득점 2위(563점)에 올라 있다. 가빈은 “패배는 늘 힘들다. 그러나 성장하는 기회가 된다”고 말했다. 수원=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먹이를 낚아채려는 맹수의 날카로운 눈. 과거 삼성화재 왕조의 주역이었던 가빈은 7년 만에 돌아온 V리그에서 한국전력 유니폼을 입고 고군분투하고 있다. 팀이 최하위에 머물러 있는 가운데 득점 2위(563점)에 올라 있다. 가빈은 “패배는 늘 힘들다. 그러나 성장하는 기회가 된다”고 말했다. 수원=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10년 전 가빈(34·캐나다)은 이견 없는 V리그 최고의 선수였다. ‘삼성화재 왕조’의 주역이자 역대 유일한 3시즌(2009∼2010, 2010∼2011, 2011∼2012시즌) 연속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MVP)였다.

7년 만에 국내 무대로 돌아온 가빈은 이번 시즌 낯선 시간을 보내고 있다. 소속팀 한국전력은 11일 현재 승점 21(6승 20패)로 최하위(7위)다. 가빈은 전체 득점 2위(563점)로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팀의 꼴찌 탈출은 쉽지 않아 보인다. 삼성화재 시절과는 ‘극과 극’인 셈이다.

최근 안방 코트인 수원체육관에서 만난 가빈은 “한국 복귀를 앞두고 어느 팀에 가느냐보다 나 자신에게 포커스를 맞췄다. 최대의 경기력을 발휘하지 못한 게 아쉬울 뿐”이라며 자신에게 책임을 돌렸다. 삼성화재 시절부터 경기력 이상의 인성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던 가빈은 “최대한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지금 팀이 처한 상황도 길게 보면 커리어에 도움을 줄 것이다. 시간이 더 필요하지만 팀도 성장했다. 서로 신뢰하면서 패배적인 분위기가 사라져간다. 기술적으로도 늘었다”고 덧붙였다.

한국전력 장병철 감독은 시즌 전부터 가빈에게 코트 위 리더 역할을 당부했다. 팀의 최고참인 가빈 또한 훈련을 앞두고 대걸레질을 마다하지 않으며 동료의식을 일깨우려 노력하고 있다. 고질적인 무릎 통증에도 최대한 코트를 비우지 않으려 애쓰고 있다. 다른 외국인 선수들에게도 본보기가 된다는 평가가 있다.

스물셋의 나이에 첫발을 디뎠던 V리그는 가빈에게 언젠가 돌아와야 할 무대였다. 가빈은 “V리그는 내게 부담감을 이기는 방법을 알려줬다. 팬과 코칭스태프의 열정을 다시 느끼고 싶었다”고 말했다. 한국을 떠난 뒤 가빈은 러시아 터키 브라질 일본 등을 돌았다. 그사이 삼성화재에서 호흡을 맞췄던 선수들은 감독(현대캐피탈 최태웅, OK저축은행 석진욱)이 돼 있다.

가빈은 “이전에 뛸 때에 비해 국내 선수들의 실력이 좋아졌다. 외국인 선수가 주로 맡았던 공격을 이제는 2, 3명이 나눠 한다”고 했다. 그러나 이는 다른 팀 얘기로 한국전력에는 골치 아픈 고민이다. 부상으로 3경기에 결장한 가빈은 자신이 출전한 경기에서 공격 점유율 46.71%를 기록했다. 득점 1위 대한항공 비예나(721점·41.54%)보다 점유율이 높다. 가빈은 외국인 통산 최다 득점(3624점) 기록 보유자다.

캐나다 대표로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무대를 밟은 가빈은 한국 남자배구의 경쟁력 향상을 위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이란 호주 등 아시아에 어려운 상대도 많지만 무엇보다 국제대회 출전 기회가 너무 적다. 세계 배구를 따라잡기 위해선 그들과 더 많이 붙어야 한다”고 말했다.

가빈은 7월 하와이에서 캐나다 아티스틱 수영 대표 출신인 카린 토머스와 결혼식을 올린다. 그러나 당장 눈앞의 숙제는 순위 도약이다. 가빈은 “남은 시즌 좋은 경기로 최하위에서 탈출하는 게 목표다. 이번 시즌을 건강하게 마친다면 다음 시즌도 V리그에서 뛸 수 있지 않을까. 긍정적인 일이 일어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수원=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가빈#v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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