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오스카 역사 바꾸다]
봉준호가 언급한 영화와 책들
“트로피를 텍사스 전기톱으로… ”1974년 후퍼 감독 영화 빗대 화제
김기영 감독 ‘하녀’도 60년만에 소환
아카데미 4관왕이 된 봉준호 감독(51)이 감독상 수상 소감에서 “트로피를 텍사스 전기톱으로 5등분해 같이 후보에 오른 감독들과 나누고 싶다”고 하자 9일(현지 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 극장을 메운 관객들은 폭소를 터뜨렸다. 트로피를 굳이(?) ‘텍사스 전기톱’으로 자르겠다는 봉 감독의 유머가 통한 건 미국의 유명 공포영화 ‘텍사스 전기톱 연쇄살인사건’에서 따온 표현이기 때문이다. 봉 감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그가 시상식에서 언급한 영화와 책도 화제가 되고 있다.
‘텍사스 전기톱 연쇄살인사건’은 미국에서 일어난 실화를 바탕으로 1974년 토브 후퍼 감독이 만든 작품이다. 여행을 떠난 젊은 남녀들이 텍사스 외딴 시골에서 살인마 ‘레더 페이스’를 만나 대부분 살해당하는 이야기다. 1970년대 영화지만 잔혹한 묘사로 화제가 되면서 35만 달러 저예산의 이 영화는 3065만 달러(약 363억 원)의 흥행 수익을 올렸다.
봉 감독은 아카데미 시상식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에게 경의를 표하며 “(그가) ‘디파티드’로 아카데미 감독상을 처음 받을 때 환호했던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2006년 개봉한 이 영화는 경찰이 된 갱단 조직원(맷 데이먼)과 그 갱단 조직에 잠입한 경찰(리어나도 디캐프리오)을 두고 벌어지는 스릴러 영화다. 홍콩 영화 ‘무간도’(2002년)를 리메이크했다. 스코세이지 감독은 이 영화로 2007년 아카데미에서 봉 감독처럼 작품상, 감독상 등 4관왕에 올랐다.
봉 감독은 아카데미 감독상 수상 소감에서 스코세이지 감독이 한 말이라며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라는 표현을 인용하기도 했다. 이는 1994년 국내 번역 출판된 ‘비열한 거리―마틴 스코세이지: 영화로서의 삶’에 있는 내용을 봉 감독이 압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봉 감독은 작품 활동을 하며 영향을 받은 아시아 감독을 꼽아 달라는 질문에 김기영 감독의 ‘하녀’(1960년)를 꼽았다. 가정부가 고용된 집의 남성과 불륜을 저지르는 이야기로 계급 갈등과 신분 상승에 대한 욕망을 그린 작품이다. ‘하녀’는 세련되고 절제된 연출, 짜임새 있는 시나리오와 배우들의 명연기로 한국 감독들에게 큰 영향을 미친 영화로 평가받는다. 스코세이지 감독이 이사장으로 있는 세계영화재단의 지원을 받아 2008년 디지털로 복원됐다. 국내에서는 2010년 임상수 감독이 리메이크했고 전도연, 이정재가 출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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