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사이트 ‘봉준호 컬렉션’ 내놔… ‘살인의 추억’도 美서 재개봉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2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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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 오스카 역사 바꾸다]전 세계가 ‘봉준호 앓이’

미국 조지아주의 한 DVD 대여점이 운영하는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봉준호 감독 작품 . 가장 아래에 있는 ‘Barking dogs never bite(플란다스의 개)’부터 맨 위의 ‘Parasite(기생충)’까지 봉 감독의 영화가 나온 순서대로 쌓아 놓았다. videodrome 인스타그램 캡처
미국 조지아주의 한 DVD 대여점이 운영하는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봉준호 감독 작품 . 가장 아래에 있는 ‘Barking dogs never bite(플란다스의 개)’부터 맨 위의 ‘Parasite(기생충)’까지 봉 감독의 영화가 나온 순서대로 쌓아 놓았다. videodrome 인스타그램 캡처
“1960년대는 프랑스, 70년대는 미국, 90년대는 홍콩, 2010년대는 한국이다.”(제임스 건·‘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감독)

영화 ‘기생충’이 세계로 질주 중이다.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린 9일(현지 시간) 이후 세계 극장가에서 기생충의 흥행 열풍이 시작되고 있다.

통상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으면 북미 시장의 박스오피스 매출이 20%가량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연예 매체 할리우드리포트에 따르면 미 전문가들은 기생충이 4500만∼5000만 달러의 추가 수입을 얻을 수 있다고 전망한다.

오스카의 영향은 북미 박스오피스에서 단번에 나타났다. 시상식 다음 날인 10일(현지 시간) 50만1222달러(약 5억9000만 원) 매출을 올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주연한 ‘닥터 두리틀’을 제치고 북미지역 일간 흥행순위 12위에서 4위로 뛰어올랐다. 지난해 10월 개봉 이후 최고 성적이다. 북미 배급사 네온은 이번 주말 상영관을 지난주의 두 배인 2000개 이상으로 늘릴 예정이다. ‘스타워즈’ 시리즈 마지막 에피소드 ‘스타워즈: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의 개봉 첫날 상영관 수가 4000여 개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비영어 영화로는 압도적인 규모다.

영국에서는 개봉 첫 주말인 7∼9일 약 140만 파운드를 벌어들이며 4위로 출발했다. 비영어 영화 개봉 성적으로는 역대 최고로 영국 배급사 커즌은 상영관을 136개에서 400개 이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프랑스에선 지난해 6월 개봉한 이후 역대 한국 영화 중 가장 높은 흥행 기록을 세운 데 이어 160개 스크린에서 다시 상영된다. 일본에서도 지난 주말 박스오피스 3위에 올랐고 일본 내 누적 매출은 16억 엔(약 171억 원)에 이른다.

아시아 국가를 중심으로 재개봉 열풍도 시작됐다. 국내에서는 10일 재개봉해 이틀 만에 1만 명을 모았다. CGV 베트남 법인은 17일 베트남 전역 약 100개 상영관에서 ‘기생충’을 재개봉한다. 지난해 6월 개봉 당시 ‘기생충’은 역대 베트남에서 개봉한 한국 영화 중 최고 성적을 냈다. CGV 터키, 인도네시아 법인에서는 각각 7, 11일 30여 개 극장에서 재상영을 시작했다.

미국에서는 ‘기생충’을 계기로 ‘살인의 추억’ ‘괴물’ ‘마더’ ‘설국열차’ 등 봉준호 감독의 전작들뿐 아니라 박찬욱 연상호 감독 등 한국 감독 작품들이 재조명되고 있다. 영화 평점 사이트 ‘로튼 토마토’는 영화 평점 ‘토마토미터’를 봉 감독의 전작과 한국 영화 30선에 대해 제시했다. 네온은 ‘살인의 추억’을 북미에서 재개봉할 예정이다.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인 넷플릭스가 비영어권 영화와 드라마를 폭넓게 소개하며 비영어권 영화시장을 개척했다면 기생충은 이 시장을 폭발적으로 성장시키는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19일 독일 베를린에서 개막하는 유러피안필름마켓(EFM)은 한국영화뿐 아니라 아시아 영화들이 ‘기생충 효과’를 누릴 수 있을지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유럽 배급사인 스플렌디드 필름의 디르크 슈바이처 구매 담당 이사는 “기생충이 새로운 아시아 영화들을 위한 역할을 할 것이 분명하다”며 “너도나도 이 ‘마차’에 올라타려고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서현 baltika7@donga.com / 뉴욕=박용 특파원 / 손택균 기자
#봉준호#기생충#아카데미 시상식#오스카#북미 박스오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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