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더스-바이든 이어 전국 3위… 워런-부티지지도 가볍게 제쳐
2월 선거 등장 않고 3월 준비… 경륜-중도성향 바이든과 겹쳐
초반 판세 혼란에 새롭게 주목… 중도표 분산 샌더스 이득 분석도
미국 민주당 레이스 초반에 초접전이 이어지면서 정치권의 관심이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을 향하고 있다. 블룸버그 후보는 민주당 내의 중도 온건파를 잡을 수 있는 히든카드로 거론돼 온 잠룡(潛龍)이다. 그는 ‘대선 풍향계’ 격인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와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예비선거)를 과감히 포기하고 3월 3일 ‘슈퍼 화요일’부터 등판을 준비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배정된 선거인단 수가 적은 초반 경선 레이스에 참여하지 않고 후반부에 화력을 집중하기로 한 것이다.
500억 달러(약 60조 원)의 자산을 보유한 블룸버그는 지난해 말 세운 5억 달러(약 6000억 원)의 선거자금 집행 계획을 착착 실행하는 중이다. 지금까지 TV와 인터넷, 슈퍼볼 광고에 3억4400만 달러(약 4000억 원)를 쏟아부으며 지지율을 순식간에 10%대 중반까지 끌어올렸다. 11일 여론조사기관 모닝컨설트의 전국 단위 여론조사에서는 17%의 지지율로 버니 샌더스(25%), 조 바이든 후보(22%)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뉴욕타임스(NYT)는 12일 “블룸버그의 ‘잭팟’이 성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최근 아이오와와 뉴햄프셔에서 바이든 후보가 잇따라 저조한 성적을 보인 것이 블룸버그 후보에겐 호재다. 중도 성향 유권자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본선 경쟁력이 가장 높다는 평가를 받아온 바이든 후보의 대세론이 흔들리면서 그를 지지하던 표심이 대안 후보를 찾기 시작한 것. △70대의 경륜 △백인 남성 △중도 성향의 정책 등에서 바이든 후보와 비슷한 블룸버그 후보에게로 중도층의 표가 옮겨갈 가능성이 있다.
NYT에 따르면 블룸버그 후보의 선거 캠프에서 활동하는 직원은 뉴욕 타임스스퀘어에 위치한 캠프 본부 인력 400명과 18개 주 사무소의 직원 40명씩을 포함해 모두 2100명에 이른다. 다른 후보들이 뉴햄프셔에 집중하는 동안 그의 캠프는 30개가 넘는 주에서 선거 관련 행사를 1200여 차례나 진행했다. 최근에는 부자 증세를 담은 세제개혁 공약을 발표하며 중산층 표심 잡기에 나서고 있다. 심상치 않은 그의 화력에 당내 주자들도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엘리자베스 워런 후보는 9일 뉴햄프셔 유세 중 “대선 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억만장자가 되거나 억만장자를 빨아먹어야 하는 나라가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미국이냐”고 비판했다. 억만장자인 블룸버그 후보, 부자로부터 후원을 받는 피트 부티지지 후보를 동시에 겨냥한 발언이다. 샌더스 캠프의 부책임자인 아리 레이빈하브트도 “돈으로 선거를 사는 것은 부패한 미국 정치 시스템 그 자체”라고 공격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반응하기 시작했다. 그는 블룸버그 후보가 2015년 “살인자의 95%가 16∼25세 남성이며 소수민족이라는 전형적인 특징이 있다”고 발언했던 녹음 파일이 최근 공개되자 트위터에 이 파일과 함께 “블룸버그는 완전한 인종차별주의자”라고 쓴 글을 올렸다가 삭제했다.
민주당 내에서는 그의 부상이 중도 표심을 분산시켜 결과적으로 좌파 성향의 사회주의자인 샌더스 후보의 승리를 돕는 결과가 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바이든과 블룸버그, 에이미 클로버샤 후보 등의 ‘중원 싸움’으로 표가 분산돼 득표율이 15% 미만으로 떨어지면 이들은 아예 선거인단 배정을 받을 수 없게 된다. 최근 몬머스대와 퀴니피액대가 각각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 제한선을 여유 있게 넘는 후보는 샌더스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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