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번뿐인 석촌호수서 긴급상황 생긴다면? 도로명 기초번호면 정확한 위치전달 판단”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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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촌호수에 ‘송파나루길’ 부여… ‘적극행정 우수’ 뽑힌 박경택 주무관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는 지역 주민은 물론 서울시민에게 인기 있는 산책로 중 하나다. 4월 초 열리는 벚꽃축제와 지역의 상징으로 자리 잡은 롯데월드타워 덕에 산책로엔 항상 사람이 붐빈다. 그런데 석촌호수 산책로에서 쓰러진 사람을 발견했다면, 범죄 현장을 발견해서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송파구 부동산정보과 박경택 주무관(43)도 지난해 6월 비슷한 고민을 했다. 박 주무관은 점심식사를 마치고 석촌호수 산책로를 걷던 중 출동한 구급차를 발견했다. 그러고는 ‘나라면 어떻게 신고했을까’라고 생각했다.

당시 석촌호수는 동호, 서호, 매직아일랜드 등 3개의 대규모 토지 지번만 부여돼 있었다. 13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박 주무관은 “석촌호수의 주소가 고작 3개뿐인데다 산책로엔 진입로도 많다”며 “산책로에서 긴급한 상황이 생겨 112나 119 신고를 하려면 신고자가 정확한 위치를 말하기 어렵다. 또 의사소통이 잘못되면 한참 돌아가야 하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주소정보를 다루는 업무를 하는 박 주무관은 ‘기초번호’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도로명주소를 부여하기 위해 20m 간격으로 구분한 기초번호가 있지만 경찰·소방당국과 연계되지 않고, 시민들이 주로 사용하는 포털사이트 지도로도 검색이 되지 않아 실효성이 떨어졌다. 박 주무관은 “지난해 6월 행정안전부에 기초번호를 조회하고 공유하는 서비스를 건의했고 행안부에서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며 “우선 지난해 11∼12월 석촌호수에 ‘송파나루길’이라는 도로명을 부여하고 기초번호판(사진) 120개를 설치하는 시범사업을 실시했다”고 말했다. 석촌호수 산책로에 설치된 기초번호판에는 현재 위치가 기초번호로 어디인지 표기돼 있고 QR코드를 통해 영어, 중국어, 일어 등으로 위치정보를 제공한다.

행정안전부는 적극행정을 통한 규제해소의 우수사례 5건 가운데 하나로 송파구를 선정했다. 올해 전국의 기초번호 데이터베이스를 경찰, 소방당국은 물론 포털사이트의 지도 서비스와도 연계하는 방안을 추진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전국의 대형공원 산책로나 둘레길 등에서 발생하는 사고에 긴급 출동할 수 있는 안전망을 갖추고 위치정보서비스 관련 산업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서울 송파구#석촌호수#송파나루길#도로명 기초번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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