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학대와 방치로 동생 2명을 잃은 황모 군(5) 사건은 정부의 위기아동 경보망을 개선해야 한다는 요구를 불러일으켰다. 2016년 생후 5개월 만에 사망해 필수 예방접종 기록이 없었던 둘째 여동생을 방문 조사했다면 막내 남동생은 살릴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가 이런 사각지대를 줄이는 ‘e아동행복지원 시스템’ 개선안을 13일 내놓았다.
이번 개선안엔 세 남매와 같은 아동들이 방치되지 않도록 하려는 여러 대책이 담겼다. e아동행복지원 시스템은 41개 기준 공적 정보를 모아 한 가지라도 해당하면 위기 의심 아동으로 분류한다. 하지만 위험도 평가에서 수치가 높다고 판단한 약 10%의 아동만 방문조사 대상으로 선별해 왔다.
복지부는 이르면 올 4월 방문조사 대상 선별 방식을 한시적으로 바꾸기로 했다. 41개 기준 가운데 특별히 3개 기준만 들여다봐 방문조사 대상을 결정하기로 했다. △국가예방접종 미실시 △영·유아 건강검진 미실시 △장기간 병원 미방문 등 기준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방문 조사한다. 이 3가지 기준은 그 자체만으로도 아동학대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많다.
이를테면 황 군의 둘째 동생은 생후 12개월 이후 예방접종한 기록이 없었다. 당연히 위기 의심 아동에 속했지만 방문조사 대상에선 빠졌다. 41개 기준 가운데 1개일 뿐이라는 게 기존 판단 방식이었다. 복지부는 3가지 기준에 초점을 맞춰 조사해본 뒤 효과를 판단하기로 했다. 실효가 있다면 기존 방식과 병행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위기에 빠진 아동을 최대한 많이 구해내려 방대한 정보를 감시하면서, 정작 중요한 정보는 ‘모래알 속 진주’처럼 파묻히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다.
경찰에 가정폭력으로 신고된 보호자 정보를 출동 경찰관의 판단에 따라 e아동행복지원 시스템의 감시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배우자나 부모를 폭행하는 성인은 자녀에게도 폭력을 휘두를 가능성이 크다. 만 18세 미만을 모두 아동으로 보고 같은 기준으로 위험도를 평가하던 방식도 바꿀 예정이다. 취학 전후 연령대로 세분해 기준별로 가중치를 달리한다.
이번 복지부 개선안은 위기아동 경보망이 넓어지는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방문조사 대상도 급격히 늘어나 읍면동 복지공무원 인력 부족이 심해질 수 있다. 현재로선 대상이 늘어나면, 복지공무원이 가정을 찾아갔다가 만나지 못했을 때 재방문할 확률이 더 낮아진다.
복지부는 이런 역효과를 막기 위해 아이 소재를 파악하지 못해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경우엔 경찰에 수사 의뢰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확률적으로도 아동 소재가 불명확할 때 학대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아이를 찾으려면 보호자 주변을 탐문하고 통신 기록이나 금융거래 기록을 분석해야 하는데, 경찰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다. 경찰청 관계자도 “수사 의뢰를 한다면 적극 협조하겠다”고 했다.
이번 대책엔 포함되지 않았지만 e아동행복지원 시스템을 상시 가동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가정폭력 등 중대 변수가 생긴 아동을 긴급조사 대상으로 선별해 곧장 방문하는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현재는 위기 의심 아동 분류와 방문조사 선별이 3개월마다 이뤄지고 있다. 김우기 복지부 아동학대대응과장은 “e아동행복지원 시스템을 도입한 뒤 2년 동안 3000명이 넘는 위기아동을 구해냈다”며 “황 군 세 남매 사건을 통해 몇몇 허점이 드러난 만큼 계속 보완해 나가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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