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최초로 태양 남극과 북극을 관측할 우주탐사선 ‘솔라 오비터’가 10일 오후(한국 시간) 성공적으로 발사됐다. 유럽우주국(ESA)과 미 항공우주국(NASA)이 함께 개발한 솔라 오비터는 앞으로 3년에 걸쳐 태양에서 가장 가까운 행성인 수성의 공전궤도 안쪽까지 진입한 다음 본격적인 임무에 들어간다. 인류가 보지 못하던 태양 북극과 남극에서 일어나는 태양 자기장 변화, ‘플레어’ 등 태양 표면 폭발 활동, 폭발 과정에서 방출되는 입자 분석 임무를 맡고 있다.
조경석 한국천문연구원 우주과학본부 책임연구원은 “솔라 오비터를 통해 태양 극지점의 자기장을 관측하면 어떤 이유로 11년이라는 태양 활동 주기가 결정되는지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며 “위성 교란이나 통신 등에 영향을 주는 태양풍, 태양 입자를 예측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솔라 오비터는 태양 표면으로부터 4200만 km 떨어진 궤도를 돌며 임무를 수행한다. 이는 태양 지름의 약 60배이자 태양과 수성 간 거리의 4분의 3에 해당하는 거리다. 태양과 가까운 거리에서 성공적으로 임무를 수행하려면 600도가 넘는 고열을 견뎌야 한다. 수성은 태양에 가장 근접할 때 태양과의 거리가 약 4600만 km로 이때 수성 표면은 430도까지 올라간다. 납을 녹일 수 있을 정도의 뜨거운 온도다.
약 15억 달러(약 1조7700억 원)를 투입해 개발한 솔라 오비터에는 다양한 열 차폐 기술이 들어간다. ESA와 NASA 연구진은 혹독한 온도를 견디는 우주선을 만들기 위해 고열에 강한 부품과 태양을 바라보는 방향에 따라 다양한 방열과 내열 기술을 사용했다. 기존 태양 탐사선이 태양 적도 위에서 태양 주위를 돌았던 것과는 달리 솔라 오비터는 비스듬한 궤도면을 돈다.
방열 소재는 열전도가 높아 열을 빠르게 방출시켜 온도를 낮추는 소재로 금속, 탄소, 세라믹 등이 주로 사용된다. 내열 소재는 높은 온도에서 견디는 소재가, 단열 소재는 높은 온도로부터 내부를 보호하는 소재가 사용된다. 양철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전북분원 구조융복합소재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솔라 오비터에는 우주에서 활용하는 부품의 특성이나 방향에 따라 방열과 내열, 단열 소재들이 복합적으로 적용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SA는 태양이 내뿜는 뜨거운 열로부터 솔라 오비터를 보호하기 위해 프랑스 우주항공기업 에어버스와 함께 특수 열 차폐막 소재인 ‘솔라 블랙’을 개발했다. 박막과 인산, 칼슘 성분으로 만든 솔라 블랙은 열 차폐막 가장 바깥에 적용됐다.
에어버스의 미셸 스프레이크 박사는 “600도에서도 탐사선의 전자관측장비가 제대로 작동하게 하기 위해 다양한 기술을 개발해야 했다”며 “인산과 칼슘 성분을 넣어 만드는데 구운 동물 뼈를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솔라 블랙은 태양이 내뿜는 자외선과 적외선 양에 관계없이 열을 흡수하는 데 탁월하고 녹거나 부서지지 않는다.
솔라 블랙 안쪽으로는 최대 500도를 견디는 내열 소재 티타늄을 반도체 공정에 사용되는 웨이퍼 형태로 얇게 만든 뒤 간격을 두고 붙였다. 웨이퍼 사이 간격은 태양에서 오는 열이 측면으로 빠져나가게 하는 환풍구 역할을 한다. 양 책임연구원은 “티타늄은 오래전부터 항공기나 우주선 등 고온에 노출되는 부품에 사용된 고성능 내열 소재”라고 말했다.
열에 민감한 탑재체(전자관측장비)가 실려 있는 탐사선 내부에는 5cm 두께의 알루미늄으로 벌집 구조를 만들었다. 알루미늄으로 만든 벌집은 다시 30개 층의 저온 단열재로 감쌌다. 이는 약 300도의 온도를 견디게 해준다.
솔라 오비터에 활용된 다양한 열 차폐 소재는 일상에서도 활용된다. 휴대전화와 같은 전자기기, 발광다이오드(LED) 조명, 전기차 배터리에서 열을 방출시키는 데 주로 흑연, 탄소섬유, 탄소나노튜브 등 탄소 소재가 쓰인다. 양 책임연구원은 “동물 뼈를 구운 소재는 도자기처럼 구운 세라믹 소재로 보인다”며 “세라믹 소재는 내열성과 열전도가 굉장히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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