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연구팀, 내부 음향 복원 나서… 소리 6초간 지속되는 ‘잔향 현상’
디자인-건축재 분석 통해 재현
지난해 12월 프랑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은 성탄 미사를 열지 못했다. 같은 해 4월 15일 일어난 대화재로 18세기 복원한 첨탑과 12세기 건립된 지붕 목조 구조물이 불타면서 큰 피해가 났기 때문이다. 이 성당의 성탄 미사가 중단된 건 프랑스 대혁명 시기 잠시 문을 닫았다가 1803년 미사를 재개한 지 216년 만이다. 아름답던 성당의 모습이 사라지면서 성당 내부를 울렸던 장엄하고 아름다운 미사 음악 소리도 사라졌다.
작년 10월에야 잔해 제거를 시작한 노트르담 대성당엔 최근 음향학자들이 찾기 시작했다. 화재와 함께 사라져 버린 성당의 소리를 되돌려주기 위해서다. 미국의 과학매체 ‘사이언스뉴스’는 대성당의 음향 복구 임무를 맡은 음향학자 브라이언 카츠 프랑스국립과학원(CNRS) 연구원 팀의 이야기를 전했다.
연구팀이 우연한 기회에 미리 만들어 놓은 ‘소리 지도’는 대성당 소리를 복원하는 데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2013년 연구팀은 대성당에서 음악회가 끝난 심야에 스탠드 마이크 수십 대와 마네킹을 이용해 대성당의 음향 특성을 측정했다. 이를 컴퓨터 시뮬레이션과 비교해 성당 내부에서 소리가 어떻게 퍼져 나가는지를 예측했다. 연구팀은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나는 소리가 독특하다는 점에 착안해 소리 지도를 한번 만들어 보기로 했다. 이 성당에서는 조용한 상태에서 발걸음 소리를 내면 수 초간 그 소리가 똑같이 들리는 현상을 어렵지 않게 경험한다. 소리가 멎은 뒤에도 계속 들리는 일종의 ‘잔향 현상’이다. 음파가 벽이나 바닥, 천장에 반사된 뒤 뒤늦게 도달하며 생기는 현상이다. 잔향이 길면 음악의 음색이 풍부하고 소리가 따뜻하게 느껴진다.
중세의 성당들은 대부분 웅장한 구조여서 잔향이 비교적 길게 들린다. 대리석 바닥과 석회암처럼 음파를 잘 반사하고 잔향이 오래 남는 건축재도 많이 사용했다. 상당수 중세 성당의 잔향은 5초 이상 지속되는 경우가 많다. 연구팀 측정 결과 석회암 천장 높이 33m, 대리석 바닥 넓이가 4800m²에 이르는 노트르담 대성당의 잔향은 평균 6초로 기존 중세 성당보다 길다.
일부 음향학자들은 문화적 가치가 크고 불의의 사고로 사라지면 안 될 옛 성당의 소리 지도를 작성하고 있다. 리디아 모랄레스 영국 요크대 연극영화 및 TV학부 박사후연구원은 요크 민스터 성당과 브리스틀 대성당 등 영국 내 4개 성당의 음향 지도를 만들어 지난해 국제음향학회에 발표했다. 테니스 코트보다 큰 스테인드글라스 창문을 가진 요크 민스터 성당은 1829년과 1940년 큰 화재를 겪고 수리됐다. 모랄레스 연구원은 “성당에서 느끼는 소리가 성당의 핵심 특성”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노트르담 대성당 복원을 위한 디자인과 건축재가 음향에 미치는 영향을 소리 지도를 통해 분석할 예정이다. 카츠 연구원은 “회랑 일부를 덮는 작은 선택만으로도 소리에 큰 차이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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