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보다 강한 실/카시아 세인트 클레어 지음·안진이 옮김/440쪽·1만7800원·윌북
실과 직물을 키워드로 역사를 돌아본다. 그 중요성이 총보다 강하다면서 말이다. 이집트 미라를 감쌌던 리넨부터 네덜란드 화가의 작품에 등장하는 레이스, 그리고 최초로 달에 안착한 우주비행사 닐 암스트롱의 옷까지.
역사를 하나의 테마로 풀어낸 책은 종종 본다. 그럼에도 이 책은 ‘여성의 일’이었기에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 테마를 복원해 흥미롭다.
예를 들어 박물관에 가면 유럽을 정복했던 바이킹의 나무배만 남아 있다. 그러나 그 배는 여성들이 짠 돛이 없었다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었다. 중세 잉글랜드 왕국이 부상한 경제적 원동력도 양모 산업이다.
실과 바늘이 자아내는 아름다움과 사회를 추동하는 인간의 욕망을 렌즈로 해서 가려진 역사를 조명했다.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복식사를 전공하고 세계적인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 기자였던 저자의 글은 치밀하고 맛깔나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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