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차례대로 퇴소 절차… “대한민국 국민으로 태어나 다행”
현지 주민들 “고생하셨습니다”… 버스 향해 손 흔들며 배웅
“대한민국 국민으로 태어나 다행이라 생각했습니다.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중국 우한에서 귀국해 지난달 31일부터 충남 아산시 경찰인재개발원에 머물렀던 유학생 최준혁 씨(26)는 지난 2주간을 ‘감사하다’는 말로 대신했다. 그는 “입·퇴소 때 추운 날씨에도 손 흔들어주신 국민들께 감사드린다. 혹시 내게 같은 상황이 온다면 똑같이 베풀겠다”고 했다. 국민적 배려를 수차례 언급하며 여러 차례 고맙다던 최 씨는 “(격리 생활은) 답답했지만 편했다”며 웃어넘겼다.
16일 오전 인재개발원 앞은 눈발이 휘날리는 날씨에도 이른 아침부터 북적였다. 인근에는 ‘우한 교민들 고생하셨습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대부분 우한 교민을 격려하는 메시지였다. 한 시민은 ‘힘든 시간 잘 이겨내신 여러분 고맙습니다’라고 쓴 피켓을 들고 1시간 가까이 교민들을 기다리기도 했다. 입소 직전 갈등이 불거졌던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오전 10시경 개발원 안에서 교민들을 태운 버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소독을 마친 차량이 한 대씩 빠져나오자 아산 시민들로 구성된 합창단이 노래를 불렀다. 버스에서 내릴 수 없어 직접 대화를 나누진 못했지만, 시민들은 손을 흔들며 박수 치고 격려했다. 주민들 배웅을 의식한 듯 버스도 아주 천천히 움직였다.
교민들도 환송 나온 시민들에게 열심히 손을 흔들었다. 창밖 풍경을 휴대전화로 촬영하기도 했다. 말소리는 들리지 않았어도 교민들은 감사함과 안도감이 교차하는 표정이 가득했다. 교민 양신 씨(19)는 “맨 앞자리에 앉아 주민들을 한참 지켜봤다”며 “죄송하고 감사한 마음이 교차했다”고 했다. 아침부터 현장을 지킨 인근 마을 통장 김재호 씨(63)는 “교민들이 돌아간 뒤에도 이곳을 잊지 말고 언젠가 다시 한번 찾아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앞서 15일 전원 퇴소한 충북 진천군 공무원인재개발원도 환송을 나온 지역 주민들이 넘쳤다. 주변에 설치한 게시판에는 ‘건강하게 돌아가시는 걸 축하드립니다’와 같이 교민들을 격려하는 메시지를 담은 포스트잇이 가득 붙어 있었다.
아산시에는 우한 교민이 격리됐던 2주 동안 전국에서 보내온 후원 물품이 상당했다. 시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현재까지 모두 143건, 12억3000여만 원어치의 물품을 전했다. 모두 우한 교민과 아산시 취약계층, 사회복지시설, 재난안전대책본부 등에 나눠졌다.
아산시와 진천군 격리시설은 지난달 31일 각각 195명, 173명의 우한 교민이 입소했으며, 1일 아산에 334명이 추가로 들어갔다. 아산 1차 입소자 가운데 2명은 격리 도중 확진 판정을 받아 서울국립중앙의료원으로 옮겨졌다. 15, 16일에 격리시설에서 퇴소한 교민은 남은 인원 전부인 아산시 527명과 진천군 173명이다. 교민들은 서울, 대구 영남, 충북 대전 호남, 경기, 충남 등 5개 권역별 거점으로 버스로 이동한 뒤 각자 흩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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