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동아일보와 통화한 최모 씨(44)의 목소리는 떨렸다. 수화기 너머에선 현관문 여는 소리가 들렸다. 열 살, 여덟 살 두 자녀가 환호성을 질렀다. 아이들이 집으로 돌아온 건 한 달 만이었다. 최 씨 가족은 이날 충남 아산시 경찰인재개발원에서 퇴소했다.
최 씨의 중국인 부인은 지난달 19일 딸과 아들을 데리고 고향인 우한시에 갔다. 같은 달 31일에 남동생 결혼식이 열릴 예정이었다. 한데 출국 뒤 우한에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가 크게 늘었다. 결국 중국 정부는 23일 우한으로 통하는 항로와 육로를 막았다. 부인과 자녀들은 처갓집에 갇혀버렸다.
한국 국적인 두 자녀는 출국 2주 만에 전세기를 타고 돌아왔다. 중국 국적자인 아내는 혼자 우한에 남았다. 정부가 보낸 1, 2차 전세기는 한국인만 탈 수 있었다. 최 씨는 “아이를 돌보러 격리시설에 가겠다”고 정부에 요청했다. “외부인은 안 된다”던 당국도 결국 입소를 허락했다.
격리시설에서 최 씨는 매일 휴대전화를 쥐고 잠들었다. 하루는 아내가 “나도 무서워”란 메시지를 보냈다. 최 씨는 속이 상해 밤잠을 설쳤다고 한다.
자녀들이 도착하고 열흘 뒤 아내도 3차 전세기에 탈 기회를 얻었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처음엔 “중국인은 한국인 인솔자가 있어야 보낸다”는 조건을 걸었다. 애가 탄 최 씨는 종일 영사관 등에 전화를 돌리며 마음을 졸였다. 다행히 중국 정부가 조건을 철회했다. 최 씨는 “아내가 탔다는 연락을 받고야 긴장이 풀렸다”며 “한방에 격리된 아이들이 깰까 봐 숨죽여 기뻐했다”고 했다.
최 씨 가족은 그간 국민들의 응원 메시지를 읽으며 시간을 보냈다. 지원단은 아이들 장난감을 구해 와 방문 바깥에 두곤 했다. 최 씨는 “일상의 행복을 돌려준 모든 분께 감사하다”며 “이 은혜를 아이들에게 두고두고 가르치겠다”고 했다.
우한에서 귀국한 두 손녀를 돌보러 경기 이천시 국방어학원 격리시설에 자진 입소한 김모 씨(66·여)도 16일 통화에서 “감염될까 두렵지만 가족을 다시 만나 기쁘다”며 “건강하게 버텨 내겠다”고 했다. 김 씨는 중국인 며느리와 생후 7개월, 3세 손녀를 돌보러 12일 입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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