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되는 도시, 밀레니얼 세대의 저항[김세웅의 공기 반, 먼지 반]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2월 17일 03시 00분


일러스트레이션 권기령 기자 beanoil@donga.com
일러스트레이션 권기령 기자 beanoil@donga.com
김세웅 미국 어바인 캘리포니아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
김세웅 미국 어바인 캘리포니아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
만원 버스를 타고 꽉 막히는 도시에서 대기오염에 지친 잿빛 하늘을 바라보고 있으면 누구든 도시 생활에 환멸을 느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각박한 생활에도 불구하고 도시의 인구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2018년 국토교통부 자료에 의하면 한국 도시 면적은 전 국토의 16.7%로 집계됐는데 도시 거주 인구는 91.8%였다. 1970년대 도시 인구가 50%로 집계된 이후의 지속적인 상승세를 반영한 통계이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아 2018년 유엔 경제 사회부의 조사에 의하면 현재 전 세계 인구의 55%가 도시에서 살고 있으며 2050년에는 68%에 다다를 것으로 예측했다. 문화적, 경제적 기회 제공의 순작용에도 불구하고 산업화와 도시화는 도시 주변의 자연환경을 급속도로 파괴했다. 요즘 세계를 공포에 몰아넣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같은 전염병도 사람들이 도시에서 촘촘히 모여 살지 않았다면 이렇게 빠르게 퍼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상대적으로 인구 대비 영토가 넓은 미국에서는 1950년대부터 도시 개발이 도심 주위 30km 내외, 멀게는 100km까지 쾌적한 대규모 단독 주택 단지가 발달하는 양상으로 전개된다. 이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전쟁 물자를 공급한 공업 시설을 승용차 산업으로 전환하고 고속도로 공사를 대규모로 전개하면서 경제를 발전시키는 정책과 맞물렸다. 아직도 미국 이민자들에게 아메리칸 드림은 ‘교외에 커다란 단독 주택을 소유하는 것’으로 인식될 정도로 문화적으로도 깊게 자리 잡았다. 하지만 이렇게 인구가 집중되지 않으면 거점을 연결하는 효과적인 대중교통 보급이 어렵다. 미국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한결같이 불평하는 대중교통의 부재는 도시 개발의 역사와 연관이 깊다. 교통 정체로 극심한 대기오염에 시달렸던 북미의 도시들은 배기가스 규제 정책과 이에 따른 기술 개발로 인해 극적인 환경 개선 효과를 지난 반세기 동안 이루어 왔다. 요즘 가솔린 엔진 소형차가 1.6km 달릴 때 나오는 일산화탄소의 양이 담배 한 개비를 피울 때 나오는 양보다 적을 정도로 발전을 이뤘지만, 지구 온난화에 가장 악영향을 미치는 이산화탄소의 배출 저감 연구는 이를 따르지 못했고, 지구온난화는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최근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를 주축으로 정책 결정자들에게 더욱 강력한 온실가스 저감 정책과 환경정책을 촉구하는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작년 타임지가 선정한 올해의 인물이 스웨덴의 10대 기후운동가 그레타 툰베리일 정도로 이들의 목소리는 점점 높아지고 조직화되고 있다. 물론 이러한 흐름에 대해 기성세대의 찬반 논란이 있지만, 젊은 세대들이 지구에서 더 오랜 삶을 보낼 것을 감안할 때 이들의 절박함은 기성세대의 그것보다는 훨씬 클 것이다. 젊은 세대들은 부모 세대가 생각했던 성공적인 삶의 모습 또한 새로 그리고 있다. 최근 미국의 젊은 전문직 종사자들은 운전면허 취득에 그다지 관심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신 그간 슬럼지역으로 간주되던 도심 주거지를 자신들의 생활공간으로 변화시켜 교외에서 운전하여 출퇴근하는 삶이 아닌, 걸어 다니거나 자전거를 타는 등 친환경적인 통근을 하며 남는 시간을 자신들의 여가 활동에 투자한다. 이는 도시 내부에 새로운 문화 활력 또한 불어넣고 있다. 또한 클라우드 컴퓨팅을 이용한 재택근무도 시간의 효율적 사용을 위해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이러한 삶의 변화는 도시의 환경 친화성을 극대화할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미세먼지 비상조치의 일환으로 휴교 논의가 벌어졌을 때 가장 큰 문제가 ‘보육 공백’이었다. 내가 콜로라도에 살 때 폭설이 종종 내리곤 했는데 안전에 문제가 있다 싶으면 교육청이 휴교령을 내리고 회사들도 재택근무나 유연근무를 시행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무리한 등하교 혹은 출퇴근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보다는 그렇게 하는 편이 전체적인 사회적 비용을 줄인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폭설이 왔을 때 교통 정체로 점심때쯤 사무실에 들어가서 다시 지옥 퇴근길에서 파김치로 퇴근하는 우리와는 대조적이다. 이미 한국은 시간당 노동생산성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꼭 사무실에 나가야만 일이 된다는 생각, 이제 좀 젊어질 필요가 있다.
 
김세웅 미국 어바인 캘리포니아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 skim.aq.2019@gmail.com
#온실가스 저감 정책#그레타 툰베리#밀레니얼 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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