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비 LPGA 호주오픈서 통산 20승
최종 14언더, 23개월 만에 트로피… 위기마다 침착한 퍼팅으로 극복
랭킹 상승 예상 속 도쿄행 청신호… “호주인 캐디와 함께 해 더 의미”
우승을 확정짓는 파 퍼트를 성공한 뒤 박인비(32·KB금융그룹)는 퍼터를 든 채 양손을 하늘 위로 들어올렸다. 4년 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을 당시와 같은 세리머니였다.
‘올림픽의 여왕’이 깨어났다.
리우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박인비가 1년 11개월 만에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박인비는 16일 호주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주 로열 애들레이드 골프장(파73)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ISPS 한다 위민스 호주오픈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3개, 보기 4개로 1오버파 74타를 기록해 최종 합계 14언더파 278타로 2위 에이미 올슨(28·11언더파)을 3타 차로 제치고 우승 상금 19만5000달러(약 2억3000만 원)를 거머쥐었다. 2018년 3월 뱅크 오브 파운더스컵 이후 준우승만 5차례 했던 갈증을 해결했다.
국내 선수로는 박세리 올림픽 대표팀 감독(43·통산 25승) 이후 두 번째로 LPGA투어 통산 20승 대업도 달성했다. 투어 전체로는 28번째 기록이다.
박인비는 이날 우승으로 2연속 올림픽 무대에도 한 걸음 다가섰다. 지난해 우승이 없었던 박인비는 올해 4년 만에 1월 개막전에 출전하는 등 올림픽에 대한 강한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2월에 열리는 호주 대회 출전도 8년 만이었다. 최대한 많은 대회에 출전해 랭킹을 끌어올려야 하기 때문이다. 16일 현재 국내 선수 중 6위인 세계랭킹 17위 박인비가 올림픽에 출전하기 위해선 국내 선수 중 4위 안에 들어야 한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으로 2, 3월 아시아에서 예정된 3개 대회가 모두 취소되면서 스스로도 그 가능성을 반신반의했다. 대회 전 박인비는 “올림픽 메달보다 대표팀에 들어가는 게 더 어렵다. 대표팀에 들어가려면 시즌 초 두 번 정도 우승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인비는 강점인 퍼팅으로 스스로 희망의 싹을 틔웠다. 라운드 평균 퍼트 수 28개를 기록하는 등 안정적인 퍼팅으로 경기를 풀어갔다. 8번홀(파4)에서는 세컨드 샷이 깃대를 맞고 멀리 튀어나간 상황 속에서도 어프로치에 이어 6m 퍼팅으로 파 세이브에 성공하며 추격을 허용하지 않았다. 박인비는 “(합쳐서 9승을 했던) 2013, 2014시즌과 비교하면 최근 퍼터만큼은 정말 어려움을 겪었다. 단지 퍼터 실력을 회복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골프는 결국 퍼팅에 관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인비는 지난해 평균 퍼팅 29.6타로 투어 전체 27위에 그쳤다.
2007년부터 호주 출신 캐디 브래드 비처와 호흡을 맞춰 온 박인비는 “한국에서 9(아홉수를 의미)는 행운의 숫자가 아니라서 언제 20승을 할까 했는데 호주가 나에게는 행운의 장소인 것 같다. 비처와 함께 호주 팬들 앞에서 우승하는 모습을 보여줘 기쁘다”고 웃었다.
박인비는 이날 지난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신인상 수상자 조아연(20)과 같은 조에서 경기를 했다. 전날까지 12언더파 단독 2위였던 조아연은 이날 버디 2개에 보기만 6개를 하면서 최종 합계 8언더파 284타로 공동 6위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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