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의존도 커 피해 규모 늘어… “반도체 빼면 10년 넘게 제자리”
수출 품목 다변화도 눈앞 과제… 코로나 사태로 올해도 험난할듯
지난해 한국의 수출액이 미중 무역분쟁의 영향으로 전년 대비 10% 가까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5대 제조업 국가 중에 가장 큰 감소폭을 보인 가운데 한국의 수출 시장 글로벌 점유율도 정체 상태에 빠진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교역이 더 축소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한국이 수출 시장에서 특정 국가와 품목의 의존도를 줄이고 교역 다각화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누적 기준으로 한국의 총수출은 2018년 동기 대비 9.8%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주요 제조국 중에서는 독일(―5.2%), 일본(―4.5%), 미국(―1.2%), 중국(―0.1%) 등과 비교해 하락폭이 가장 컸다. 미중 무역분쟁이 본격화하면서 전 세계 총수출이 같은 기간 2.9% 줄어들었다는 점을 고려해도 한국이 유독 감소폭이 컸다.
전경련은 한국의 총수출 감소폭이 큰 이유로 중국과의 교역 의존도가 높다는 점을 우선 꼽았다. 김정민 전경련 책임연구원은 “중국은 한국 총수출의 25%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미중 무역 이슈가 발생할 때 독일 일본 등 다른 제조업 기반 국가보다도 더 많은 영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에 의존하는 수출 불균형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전경련이 유엔의 세관통계 데이터베이스(DB)인 ‘유엔 컴트레이드’ 기준으로 세계 20대 교역 품목(원유·가스 제외)의 시장 점유율을 분석한 결과 한국은 반도체 의존도가 높았다. 이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수출 시장 점유율은 2008년 4.3%에서 2018년 6.6%로 2.3%포인트 증가했지만 한국 총수출의 약 18%를 차지하는 반도체 품목을 제외하면 시장 점유율은 2008년 4.0%에서 2018년 4.5%로 10년 동안 0.5%포인트 증가하는 것에 그쳤다. 반면 같은 기간 중국의 글로벌 수출 시장 점유율은 11.0%에서 20.8%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경제계 관계자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반도체를 제외하면 한국의 수출 성장세가 멈춘 것”이라며 “반도체를 이을 새로운 수출 효자 품목을 발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경제계는 코로나19 사태로 올해도 한국의 수출 환경이 개선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내수는 물론 중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교역 시장이 축소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의 최근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은 코로나19 사태가 6개월 이상 지속될 경우 연간 수출액이 9.1%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경련은 한국이 수출 시장에서 성장세를 회복하기 위해 중국과 반도체 의존도를 낮추는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엄치성 전경련 국제협력실장은 “수출 시장에서 한국의 최대 경쟁국인 일본이 지난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출범, 미일 무역협정 체결 등 대외 통상 구조에 변화를 주면서 반등을 모색하고 있다”면서 “우리도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대형 자유무역협정(FTA) 격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등 체결에 속도를 내 수출지를 다변화하고 전략 품목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