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적 유전자’ 도킨스, 이번엔 우생학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2월 18일 03시 00분


“소에게 효과있듯 인간 적용 가능”… 나치가 학살근거로 이용후 금기시
세계 언론들 “위험한 생각” 비판

세계적 베스트셀러 ‘이기적 유전자’ ‘만들어진 신’으로 유명한 영국의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79·사진)가 우생학(優生學) 지지 논란에 휩싸였다. 도킨스는 16일(현지 시간) 트위터에 “우생학이 소에게 효과가 있듯 (인간에게도) 적용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나치 독일은 유대인, 동성애자, 정신질환자 등을 학살할 때 우생학을 근거로 이용했다. 이에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논의가 금기시됐던 우생학을 인간에게도 적용할 수 있다고 밝힌 셈이다. 도킨스는 “이 문제를 윤리적으로 다뤄야 하지만 과학적 근거를 무시하면 논점에서 벗어나게 된다”며 거듭 우생학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도킨스의 발언은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찰스 블로 뉴욕타임스(NYT) 칼럼니스트는 “도킨스의 헛소리는 대단히 위험하다. 과거 미국에서 가난한 여성과 흑인 여성 등이 우생학으로 인해 강제로 임신중절 수술을 받았다”고 비판했다.

논란이 고조되자 도킨스는 트위터에 “우생학에 근거한 정책을 규탄한다. 하지만 규탄한다고 해서 그것이 효과가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우유를 더 많이 생산하기 위해 소를 키우듯이 인간을 더 빨리 달리거나 높이 뛰도록 만드는 일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1941년 영국령이던 아프리카 케냐에서 태어나 옥스퍼드대를 졸업한 도킨스는 철저한 진화론자 겸 무신론자로 유명하다. 특히 논쟁적 발언으로 잦은 설화에 휩싸였다. 그는 2012년 영국 성공회 대주교에게 “왜 신처럼 혼란스러운 존재로 세상을 어수선하게 하려 하느냐”고 따졌다. ‘이슬람은 가장 큰 악의 힘’ ‘무슬림의 노벨상 수상 횟수가 케임브리지대 트리니티 칼리지 출신보다 적다’고 주장하는 등 종종 이슬람을 비판하고 비하해 ‘이슬람 혐오’ 꼬리표도 붙었다.
 
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
#리처드 도킨스#우생학#이기적 유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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