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팀 24번-2번 유니폼으로 나서 “초창기 배번 기억” 8초간 묵념
유례 없는 접전 ‘팀 르브론’ 승리… 1호 ‘코비 트로피’ MVP 레너드
평소 슈팅자세도 흉내내기로 유명, 감독이 고인에 개인교습 부탁도
브라이언트로 시작해 브라이언트로 끝난 별들의 무대였다.
17일 미국 시카고 유나이티드센터에서 열린 미국프로농구(NBA) 올스타전. 양 팀 출전 선수들은 지난달 불의의 헬리콥터 추락 사고를 당해 42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NBA의 전설 코비 브라이언트(전 LA 레이커스)를 추모하는 의미에서 화려한 개인기를 자제하고 플레이오프를 치르는 듯한 열띤 분위기로 코트에 나섰다.
올스타 팬투표에서 동부콘퍼런스와 서부콘퍼런스 1위를 한 야니스 아데토쿤보(밀워키)와 르브론 제임스(레이커스)는 각각 ‘팀 야니스’와 ‘팀 르브론’의 단장 자격으로 선수를 선발했다. ‘팀 야니스’ 선수들은 브라이언트의 현역 등번호인 24번을, ‘팀 르브론’ 선수들은 브라이언트와 같이 세상을 떠난 딸 지아나 브라이언트의 등번호 2번을 달고 나왔다. 경기 전 브라이언트처럼 레이커스 한 팀에서만 뛰었던 ‘코트의 마술사’ 매직 존슨이 등장해 아끼던 후배를 추모했다. 존슨은 브라이언트의 현역 초창기 배번 8을 기억하자며 8초간 묵념을 제안했고, 선수들은 함께 눈을 감았다.
NBA 사무국은 현역 시절 18번의 올스타전 출전과 4차례 최우수선수(MVP)에 올랐던 브라이언트를 기념해 경기 방식에도 큰 변화를 줬다. 1쿼터에서 3쿼터까지 매 쿼터 많은 점수를 올린 팀이 그 쿼터 승리 팀이 되도록 했다. 또 4쿼터는 3쿼터까지 합산 점수에서 앞선 팀의 점수에 브라이언트의 등번호인 24를 더한 점수를 ‘타깃 점수’로 삼고 시간 관계없이 이 점수에 먼저 도달한 팀이 이기도록 했다.
‘팀 야니스’가 3쿼터까지 133-124로 앞서 ‘타깃 점수’가 ‘157’로 정해지자 양 팀은 4쿼터에서 필사적인 접전을 벌였다. NBA 올스타전 역사상 가장 치열한 대결이 치러진 4쿼터에는 TV 광고도 나가지 않았다. ‘팀 르브론’의 대표 제임스가 154-153에서 덩크슛으로 156-153을 만들었고, 156-155에서는 앤서니 데이비스(레이커스)가 파울로 자유투 2개를 얻어냈다. 데이비스는 1구는 실패했으나 2구째를 성공시키며 팀의 157-155 승리를 마무리했다.
이번부터 올스타전 MVP 명칭도 ‘코비 브라이언트 어워드’로 바뀌었다. 이날 30득점, 7리바운드를 올린 ‘팀 르브론’의 커와이 레너드(LA 클리퍼스)가 1호 수상자가 됐다. 지난 시즌 토론토의 우승을 이끌며 파이널 MVP를 차지한 레너드는 평소 브라이언트의 슈팅 자세를 흉내 내는 골수팬. 레너드가 샌안토니오에서 뛰던 시절에는 당시 그레그 포포비치 감독이 이 사실을 알고 브라이언트에게 비시즌 개인 과외 수업을 부탁하기도 했다. 레너드는 “내 방에 브라이언트의 트로피가 있다는 건 큰 의미가 있다. 브라이언트는 내 인생에 많은 영감을 주고 나를 위해 많은 것을 헌신해줬다. 얼마나 행복한지 말로 표현할 수 없다”며 감격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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