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측근 형량단축 시도 관련 “바 장관, 트럼프 명을 법보다 중시”
현직 후배에 불복종 촉구 ‘검란’
민주 대선후보들 일제히 동조… 공화당 내부서도 자성 목소리
1100명이 넘는 미국 전직 검사 및 법무부 관료들이 16일 성명을 통해 “윌리엄 바 법무장관(70·사진)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명령을 더 중시해 법무부의 독립성과 법치주의를 훼손시켰다”며 사퇴를 촉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비선 참모 로저 스톤에 대한 구형을 둘러싸고 발발한 사법 침해 논란이 사상 초유의 ‘미국판 검란(檢亂)’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특히 야당 민주당의 주요 대선 후보들도 바 장관의 퇴진을 촉구해 그의 거취가 대선 쟁점으로 부상했다.
워싱턴포스트(WP) 등이 공개한 성명에 따르면 이들은 “(스톤이) 대통령의 정치적 동지란 이유로 특별대우를 받아선 안 된다. 법의 힘을 사용해 동지에게 보상을 해주는 정부는 공화국이 아니라 독재국가”라고 성토했다. 이 성명에는 현재까지 1142명이 서명했다. 온라인에서 이름을 추가할 수 있어 향후 참여자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CNN방송은 이들이 집권 공화당 정권과 민주당 정권에서 모두 근무했던 사람들이라며 특정 정파에 속한 관료들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스톤에 대한 법무부의 감형 시도에 반발해 사표를 낸 담당검사 4명을 ‘영웅’으로 칭송했다. 또 현직 법무부 후배들에게 “바 장관이 스스로 물러날 가능성이 낮기에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부적절한 명령을 받으면 거부하고 전문가다운 직업윤리를 바탕으로 사임도 불사하라. 불합리한 지시는 의회나 감찰관에게 보고하라”고 촉구했다.
14일 필라델피아, 볼티모어, 샌프란시스코의 현직 연방검사 41명도 성명을 통해 “바 장관이 거악(巨惡) 대신 소수인종 범죄 척결에만 골몰해 정의를 오도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최근 바 장관이 민주당 지지세가 높은 이들 지역 검사들이 트럼프 행정부의 수사 지침을 따르지 않는다고 질책한 데 반발한 셈이다.
10일 미 검찰은 2016년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 즉 러시아 스캔들에 관한 위증, 공무집행 방해 등 7가지 혐의로 기소된 스톤에게 징역 7∼9년을 구형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하루 뒤 ‘끔찍하고 불공정한 오심’이란 트윗을 통해 감형을 압박하자 법무부는 담당 판사에게 구형량을 낮춰 달라는 서한을 보했다. 논란이 고조되자 바 장관은 13일 “대통령의 트위터 때문에 일을 못 하겠다. 법무부 독립성이 훼손되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뒷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바 장관은 15일 역시 러시아 스캔들에 연루된 마이클 플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기소를 재검토하라고 지시했다. 플린은 지난해 위증죄로 징역 6개월을 구형받았고 최근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다. 트럼프 행정부가 기소가 완료된 사안까지 무효화해 러시아 스캔들 자체를 없던 일로 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고조됐다.
삼권분립 원칙이 엄격한 미국 사회는 법무부의 독립성을 존중해왔다. 특히 리처드 닉슨 행정부의 존 미첼 법무장관은 워터게이트 사건에 개입했다 체포됐다. ‘미 역사상 최악의 법무장관’ 낙인이 찍힌 미첼 전 장관의 사례로 법무부 독립은 깨뜨릴 수 없는 불문율이 됐다.
민주당은 이번 사태를 대선 쟁점으로 삼겠다는 의도를 드러내고 있다. 검사 출신인 에이미 클로버샤 상원의원은 “바 장관이 물러나야 한다”며 퇴진을 촉구했다. 버니 샌더스,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등도 동조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도 “대통령이 권력을 남용한 또 하나의 사례”라고 맹비난했다. 민주당이 다수당인 하원은 스톤 사건 논란과 관련해 바 장관을 다음 달 31일 청문회에 세운다. 바 장관이 어떤 답을 내놓을지 관심이 쏠린다. 집권 공화당의 존 케네디 상원의원, 미치 매코널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 등도 대통령의 트윗 자제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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