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라전 ‘연속 극장골’로 51골째… FIFA “한국축구 새 역사 축하”
전반 PK 골키퍼가 막자 밀어넣고 후반 추가시간에도 수비 실수 틈타
24m 폭발적 드리블 뒤 마무리
3-2 극적 승리 토트넘, 리그 5위로
페널티킥(PK) 키커로 나선 손흥민(28·토트넘)은 길게 숨을 내쉰 뒤 골문을 노려봤다. 애스턴 빌라의 골키퍼는 과거 FC바르셀로나, 리버풀 등에서 뛰었던 베테랑 페페 레이나(38)였다. 6일 사우샘프턴과의 잉글랜드 축구협회(FA)컵 경기에서 유럽 무대 진출 후 첫 PK 득점을 성공시켰던 손흥민은 이날도 잰걸음으로 골키퍼의 타이밍을 빼앗는 동작을 한 뒤 골문 왼쪽 구석으로 오른발 슈팅을 했다. 공은 몸을 던진 레이나의 오른손에 맞고 나왔고, 일부 토트넘 선수는 머리를 감싸 쥐며 아쉬워했다. 하지만 손흥민은 포기하지 않고 골문으로 달려든 뒤 오른발로 공을 밀어 넣었다.
17일 영국 버밍엄의 빌라파크에서 끝난 토트넘과 애스턴 빌라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26라운드 경기. 1-1로 맞선 전반 추가시간(전반 47분)에 손흥민이 역전골을 터뜨린 순간이다. 이 골로 손흥민은 아시아인 최초로 EPL 50골 고지에 오르는 동시에 프로 데뷔 후 최다인 5경기 연속 득점을 기록했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이번 달 오스카에서 (‘기생충’이) 역사를 만든 데 이어 손흥민이 한국 축구에 새로운 역사를 썼다. 그는 EPL에서 통산 50골을 넣은 최초의 아시아 선수가 됐다”고 축하를 건넸다. 아시아 선수 가운데 EPL 득점 2위는 통산 19골의 박지성(은퇴)이다. 이날 손흥민이 2골을 추가하면서 역대 한국인 프리미어리거들은 EPL 통산 101골을 합작했다.
기세가 오른 손흥민은 2-2로 맞선 후반 추가시간에 결승골까지 터뜨렸다. 토트넘 다빈손 산체스가 길게 걷어낸 볼이 애스턴 빌라 비외른 엥겔스의 발에 맞고 뒤로 흐르자 10m가량을 달려 공을 낚아챈 손흥민은 24m를 질풍같이 드리블한 뒤 침착하게 오른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지난해 12월 번리전에서 터뜨린 ‘73m 질주 골’을 연상시키는 폭발적인 스피드였다. 스포츠 통계업체 옵타에 따르면 이 골이 터진 후반 48분 34초는 EPL에서 토트넘이 기록한 골 중 역대 두 번째로 늦은 시간이다. 손흥민의 결승골에 힘입어 3-2로 승리한 토트넘은 EPL 5위를 기록했다.
6일 사우샘프턴과의 FA컵 경기 이후 잠시 귀국해 병역특례에 따른 봉사활동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등 휴식기를 알차게 보낸 손흥민은 팀에 복귀하자마자 득점 행진을 이어갔다. 지난달 23일 노리치시티전을 시작으로 최근 5경기에서 넣은 6골 중 3골이 결승골일 정도로 순도가 높다. 손흥민의 이번 시즌 총득점은 16골, EPL 통산 득점은 51골(오른발 28골, 왼발 20골, 헤딩 3골)이 됐다. 손흥민은 “이 기쁨을 모든 한국 국민, 토트넘 팬, 동료들과 나누고 싶다. 그들의 응원이 없었다면 EPL에서의 50골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20일 라이프치히(독일)와의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을 앞둔 손흥민은 “힘겨운 토너먼트가 시작되는 만큼 좋은 경기력과 결과로 많은 분들께 기쁨을 드리겠다”고 말했다.
손흥민이 현재의 득점 페이스를 이어간다면 2016∼2017시즌 자신이 작성한 한 시즌 최다 골(21골)을 뛰어넘을 가능성이 크다. 토트넘은 최소 15경기를 남겨뒀다. 또한 손흥민이 아시아축구연맹(AFC) 회원국 선수 중 EPL 최다 골(현재 4위)의 주인공이 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1위는 92골을 넣은 호주 출신 공격수 마크 비두카(은퇴)이다.
한편 이날 조제 모리뉴 토트넘 감독은 손흥민에 대한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손흥민의 방송 인터뷰 도중 불쑥 나타난 모리뉴 감독은 “오늘 (손흥민이) 골을 넣은 순간에 대해 이야기하는 건가요? 아니면 골을 놓친 순간에 대해 이야기하는 건가요?”라고 농담을 던진 뒤 손흥민의 볼에 주먹을 살며시 대며 웃기도 했다. 모리뉴 감독은 “손흥민의 연료가 떨어지면 우리 팀은 곤란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환상적인 능력을 가진 손흥민은 팀에 대한 헌신이 뛰어난 선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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