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29번(82)과 30번 환자(68·여) 부부는 서울 종로구의 동네의원과 서울대병원을 여러 차례 방문했다. 노인복지관 등 지역사회에서 다양한 활동에 참여했다. 면역력이 취약한 환자와 고령층 다수가 감염 위험에 노출된 것이다.
○ 커지는 지역사회 전파 우려
29번 환자는 처음 증상을 보인 이달 5일 서울 종로구 창신동 신중호내과의원과 인근의 봄약국, 강북서울외과의원을 연이어 방문했다. 15일까지 내과의원 2번, 외과의원 6번, 약국 3번을 각각 방문했다. 이기문 강북서울외과의원 원장은 “수술 부위(가슴)에 통증이 있어서 왔다”며 “당시 기침 증상이 없었고 해외 여행력도 없어 환자가 코로나19에 걸렸을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15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안암병원 응급실에서 의심 판정을 받고 격리되기까지 29번 환자는 동네병원과 약국에서 37명, 고려대안암병원에서 76명을 접촉했다.
그의 부인인 30번 환자도 증상이 나타난 전후로 서울대병원을 두 차례 들렀다. 이달 3일 소화기내과에서 검사를 받았고 8일 오전에는 검사 결과를 듣기 위해 내원했다. 29번 환자의 병원 방문에 몇 차례 동행하기도 했다. 30번 환자의 증상 발현일은 이달 5∼8일이다. 접촉자 수는 현재 파악하고 있다. 부부 모두 병원을 수차례 방문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병원 내 감염 우려가 커진 상황이다.
병원뿐 아니라 이른바 건강 취약계층이 감염 위험에 노출된 것으로 보인다. 종로구 숭인동 주민 A 씨(63)는 “(29번 환자가) 종로구 탑골공원과 동대문구 신설동에 있는 기원 등을 다녔다. 복지관 같은 데서 노인들 노래 기타 반주도 했다”고 말했다. 종로구 관계자는 “(환자가) 종로노인종합복지관이 휴관하는 2월 1일까지 일주일에 2, 3번 정도 방문해서 복지관 내 당구장에서 다른 노인들과 어울려 당구를 쳤다. 갈 때마다 복지관에서 식사도 했다”고 전했다. 환자는 종로구 이화동 노인종합복지관에서 도시락 배달 봉사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질병관리본부(질본)는 “발병 이후에는 (도시락을) 배달한 사항이 없다”면서도 “증상 발현 14일 이전 행적까지 일일이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 서울 종로에서만 환자 5명 발생
두 사람이 어떻게, 누구에게 감염됐는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부부의 집이 있는 서울 종로구 숭인1동은 서울 유명 관광지들과 가깝다. 창덕궁, 종묘, 탑골공원, 인사동이 모두 도보 거리에 있다. 무증상이나 경증으로 검역을 통과한 국외 유입 환자와 접촉했을 수 있다는 뜻이다.
기존 확진 환자로부터 옮았을 가능성도 있다. 5번 환자(33)가 방문했던 서울 성북구 미용실과 잡화점은 이들 주거지와 도보 30분 거리다. 6번 환자가 지인 21번 환자(60·여)를 감염시킨 서울 종로구 명륜1가 명륜교회도 부부의 주거지와 도보 50분 거리에 불과하다. 질본은 “(29번 환자와) 명륜교회는 관련이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지만 6번 환자와 접촉한 ‘숨은 감염자’와 만났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공교롭게도 지금까지 국내에서 발생한 환자 30명 가운데 종로구에 거주하는 환자가 5명에 이른다.
어떠한 경우든 정부 방역망을 벗어난 지역사회 감염 가능성은 커진 상황이다. 이재갑 한림대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이런 경우 감염원을 찾기 위해 최장 14일 이내 위험성이 있는 사람을 다 추적해야 해 조사가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30번 환자가 자가 격리 중에 한 언론사 기자를 만난 것도 논란이다. 30번 환자는 남편인 29번 환자가 확진 판정을 받은 뒤 자택을 소독하는 과정에서 집 밖에 나와 있다가 기자와 접촉했다. 방역당국이 자가 격리자 관리에 소홀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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