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7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경제적 피해는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보다 더 크게 체감된다”며 “그야말로 비상하고 엄중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업부, 금융위원회 등 4개 경제부처로부터 업무보고를 받고 “이제는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한편 경제 활력을 되살리는 데 전력을 기울여야 할 때”라며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은 “불황이 장기화되면 우리 경제뿐 아니라 민생에도 큰 타격이 될 것”이라며 “국민들께 정상적인 일상 활동과 경제 활동으로 복귀해 주실 것을 다시 한번 당부드린다”고도 했다.
문 대통령이 이번 사태를 경제 비상상황으로 규정한 것은 주요 경제기관이 한국의 올 1분기 성장률을 낮추는 등 비관적 전망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투자은행(IB) JP모건은 한국의 1분기 성장률을 전 분기 대비 ―0.3%로 예상했고 국제 신용평가회사 무디스는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의 2.1%에서 1.9%로 낮췄다. 정부는 총선이 있는 상반기 재정집행 목표를 역대 최고 수준인 62%로 끌어올려 경제를 회복세로 돌려놓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과 경제부처 장관들은 ‘과도한 불안감’의 원인으로 코로나19에 대한 언론 보도를 지목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돌아보면 한편으로 일부 언론을 통해 지나치게 공포나 불안이 부풀려지면서 우리 경제심리나 소비심리가 극도로 위축된 아쉬움도 남는다”고 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메르스 사태와 비교해 볼 때 인적 희생자는 없는데도 실제 파급 영향보다도 과도하게 불안감과 공포감으로 국민들의 경제심리와 소비활동이 위축되고 있다”고 했다. 지난달 28일 “선제적 조치가 조금 과하다는 평가가 있을 정도로 강력하고 발 빠르게 시행돼야 한다”고 지시한 문 대통령이 3주 만에 이제는 언론의 과도한 대응이 경기 위축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한 셈이다. 하지만 정부가 경제 회복에 초점을 맞추면서 아직 종식되지 않은 코로나19의 위험성을 축소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13일 “코로나19는 머지않아 종식될 것”이라고 밝혔던 문 대통령은 이날 코로나19 종식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특히 홍 부총리는 보고에서 “지금 ‘문 샷 싱킹(Moon Shot Thinking)’이 절실한 때”라며 “신산업 육성, 혁신 인프라 구축 등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문 샷 싱킹’은 달 관측을 위해 망원경 성능을 높이는 대신 달 탐사선을 제작하는 발상의 전환을 의미한다. 과거 더불어민주당 산하 민주연구원이 ‘문재인의 문 샷 싱킹 5대 정책과제’라는 제목의 정책자료를 펴낸 것처럼 홍 부총리가 ‘문 샷 싱킹’을 혁신성장 정책 브랜드로 앞세우려는 의도를 드러냈다는 말이 나온다. 홍 부총리는 또 “투자 내수 수출을 독려하기 위한 종합적인 경기 패키지 대책을 이달 중 마련해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핵심 타깃 기업을 선정하고 상생형 일자리, 스마트화 등 충분한 인센티브를 제공해서 해외에 나간 국내 기업의 유턴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6대 기업 총수 및 최고경영자(CEO) 간담회에서 당부한 기업 유턴을 통한 민간 투자 확대를 올해 역점 사업으로 추진하겠다는 뜻이다.
한편 이날 업무보고에는 확진자의 동선 등이 표시된 ‘코로나19 지도’를 만든 이동훈 씨(경희대 4학년) 등도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가 좀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정부의 홍보 방식에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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