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눈이 커지는 수학]같은 칼로리라도 바나나는 크래커보다 4배 더 먹을 수 있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2월 19일 03시 00분


‘에너지밀도’로 계산한 건강한 식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막기 위해 만든 예방 수칙이 독감 예방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고 합니다. 코로나19 전파를 막는 4대 수칙 중 마스크 착용, 비누로 손 씻기, 옷소매로 기침 가리기 등 3가지가 독감을 막는 데 효과적이란 분석입니다. 이처럼 철저한 위생 관리 외에도 좋은 생활 습관이 필요합니다. 좋은 음식을 챙겨 먹고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면 면역력을 높일 수 있습니다.

상훈: 올해는 건강을 위해 규칙적으로 운동을 해볼 생각이에요. 그런 의미에서 헬스장을 다녀보고 싶어요.

엄마: 처음에만 의욕적으로 시작하는 일이 아니면 좋겠구나. 운동도 좋지만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규칙적인 생활습관, 인스턴트식품이나 야식을 피하는 식습관도 중요하단다.

상훈: 네. 올해는 간식도 좀 줄이고 좋은 생활 습관을 가지도록 노력해볼게요.

엄마: 그래. 그런데 상훈아, 수학적으로 생각해보면 음식 선택도 더 합리적으로 할 수 있다는 것 알고 있니?

○ 방정식으로 계산하는 건강한 식단


우리가 24시간 동안 필요로 하는 총열량을 ‘하루 총필요열량’이라고 합니다. 하루에 필요한 열량은 사람마다 신체조건이나 그날 활동 상태에 따라 조금씩 다를 수 있습니다. 사람의 몸이 사용하는 에너지 단위는 킬로칼로리(kcal)입니다.

하루 총필요열량을 넘은 칼로리는 체지방으로 저장됩니다. 이보다 음식을 적게 먹으면 체중을 줄일 수 있죠. 하지만 우리 몸은 하루 총필요열량보다 음식이 적게 들어오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기존에 체내에 저장돼 있던 체지방이나 근육조직을 태워야 하기 때문입니다. 근육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할 경우 체중만 줄고 체지방률은 오히려 높아지기도 합니다.

몸이 근육에서 에너지원을 가져오는 일을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하루 총필요열량 안에서 탄수화물의 비율을 줄이고 섬유질, 단백질, 불포화 지방 등의 섭취를 늘리면 됩니다. 이때 각 영양소의 섭취량을 얼마나 늘리고 줄이는지가 중요합니다.

이 섭취량의 알맞은 조절 비율을 알기 위해서는 먼저 콜레스테롤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합니다. 우리 몸에 나쁜 콜레스테롤이 너무 많이 돌아다니게 되면 혈관을 막아 혈액의 흐름을 방해합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탄수화물 대신 불포화지방 섭취를 늘리면 콜레스테롤 수치가 개선된다고 합니다. 반면 포화지방을 섭취하면 콜레스테롤 수치가 악화되죠.

탄수화물 대신 지방을 섭취할 경우 콜레스테롤 수치의 변화는 ‘b+0.003s―0.026m―0.032p’라는 식으로 계산할 수 있습니다. ‘b’는 기존의 콜레스테롤 수치, ‘s’는 포화지방 칼로리로 대체한 탄수화물 비율, ‘m’은 단일 불포화지방 칼로리로 대체한 탄수화물 비율을 말합니다. 마지막으로 ‘p’는 고도 불포화지방 칼로리로 대체한 탄수화물 비율입니다. 단일 불포화지방과 고도 불포화지방은 모두 우리 몸에 유익한 지방입니다.

이 식에 따르면 탄수화물 칼로리 1%를 포화지방 칼로리로 대체하면 0.003만큼 콜레스테롤 수치가 증가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또 m, p의 계수는 모두 음의 범위에서만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불포화지방이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이 방정식을 지나치게 극단적으로 적용해 모든 탄수화물의 섭취를 불포화지방으로 대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탄수화물에는 소화 흡수를 돕고 이물질을 배출하는 데 도움을 주는 순기능도 있기 때문이죠.

○ 많이 먹으면서 건강해지는 법


어렵게 다이어트를 해서 감량에 성공했다가도 이내 다시 살이 찌는 현상을 많이 보게 됩니다. 이는 식사량을 확 줄였다가 배고픔을 견디지 못하고 먹으면 체중이 금세 불어나기 때문입니다.

음식에 따라 적은 양에도 칼로리가 높은 음식이 있는가 하면 많은 양에도 칼로리가 낮은 음식이 있습니다. 이를 ‘에너지밀도’라고 하는데, 식품의 칼로리를 무게로 나눈 값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닭 가슴살 1인분 122g에 대한 칼로리가 180이라 하면 에너지밀도는 180을 120으로 나눈 약 1.48의 값이 되는 것이죠.

에너지 밀도 도표는 우리가 어떤 음식을 섭취하면 좋을지에 대한 답을 한눈에 제시해 줍니다. 바나나와 크래커를 비교해보면 크래커는 바나나보다 4배의 에너지밀도를 가진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같은 양의 칼로리를 섭취하는데 바나나를 크래커보다 약 4배 더 먹을 수 있다는 것이죠.

이처럼 합리적 음식 선택을 위한 간단한 함수를 만들어볼 수도 있습니다. 칼로리 단위인 100을 음식별 무게로 나누면 됩니다. 이를 그래프로 그리면 ‘합리적 음식 선택 함수’와 같은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크래커는 세로축 ‘y’의 값이 4.1, 가로축 ‘x’의 값은 24입니다. 100kcal 섭취를 위해 크래커는 24g 섭취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반면 딸기의 경우 ‘x’의 값이 300으로 같은 열량에 많은 양을 섭취할 수 있는 것을 알 수 있지요.

그래프의 X 지점은 그래프가 급격하게 변하는 영역(그래프상 왼쪽)과 완만하게 변하는 영역(그래프상 오른쪽)이 교차하는 지점입니다. X 지점의 왼쪽에는 ‘그림1’ 도표 중 고에너지밀도 식품들이 위치하고, 오른쪽에는 저에너지밀도 식품들이 위치합니다. 이것은 X보다 오른쪽에 있는 음식은 서로 바꾸어 먹어도 에너지밀도가 다른 음식과 크게 차이 나지 않지만 왼쪽의 음식과 바꾸어 먹을 때는 조심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 줍니다.

건강에 대해 더욱 생각하게 되는 시기입니다. 위생 관리 수칙뿐 아니라 합리적인 음식 섭취 습관으로 건강을 지켜야 합니다. 또, 그 이면에 숨어있는 수학적 원리도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박지현 반포고 교사
#에너지밀도#방정식#건강한 식단#독감 예방#코로나19#다이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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