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물이력제, 유통 투명성-먹거리 신뢰도 높여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2월 19일 03시 00분


도축-포장-백신접종 여부 등 한눈에… 방역 자료 활용해 질병확산 방지
소-돼지 이력제 年8000억 편익

축산물품질평가원 직원이 쇠고기에서 축산물이력제 기초 자료인 DNA 샘플을 채취하고 있다. 축산물품질평가원 제공
축산물품질평가원 직원이 쇠고기에서 축산물이력제 기초 자료인 DNA 샘플을 채취하고 있다. 축산물품질평가원 제공
경북 의성에서 사곡양돈영농조합을 운영하는 변정임 씨는 2014년 돼지고기 이력제가 시행된 이후 신경 쓸 부분이 더 많아졌다. 항생제 같은 약품 성분의 돼지고기 내 잔류량을 최소화하기 위해 9500여 마리에 달하는 돼지의 휴약(休藥) 기간을 철저히 지키고 있다. 육질을 개선해 식감을 좋게 만드는 것도 그가 주력하는 부분. 변 씨는 “소비자들이 자신이 구입한 고기가 어느 농장에서 출하된 건지 바로 알 수 있게 되면서 먹거리 안전에 대한 책임감이 커졌다”고 말했다.

축산물이력제는 가축의 출생 및 사육 단계는 물론이고 도축, 포장, 판매 등 거래 단계 전반에 이르기까지의 이력 및 관련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공개하도록 한 제도다. 축산물 유통의 투명성을 높여 먹거리의 신뢰도를 높인다는 것이 제도 시행 취지다.

이력제 중 쇠고기 이력제는 2008년 국내산에, 2010년엔 외국산에 도입됐다. 2014년부터는 국내산 돼지고기에, 2018년부터는 수입 돼지고기에 확대 적용됐다. 올 초부터는 닭, 오리, 계란에도 적용 중이다.

소비자는 마트에서 쇠고기나 돼지고기를 구매할 경우 판매표지판 등에 부착된 12자리 이력번호를 이력제 홈페이지나 모바일 앱 등에 입력하면 된다. 입력하면 농장 정보는 물론이고 육질등급 등이 포함된 도축 및 포장 정보, 구제역 백신 접종 등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홈페이지와 모바일 앱을 통한 축산물 이력 조회 건수는 지난해 돼지와 소를 합해 5713만6843건. 전년 4572만4988건에 비해 1년 만에 1140만 건 넘게 늘었다. 자신과 가족의 입으로 들어갈 축산물에 대해 보다 더 정확한 정보를 알고 싶어 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력제를 활용하면 소비자가 구매한 축산물에서 위생 등의 문제가 발생할 시 이력을 추적해 문제가 시작된 원점을 확인한 다음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다.

이력 정보는 가축 방역의 기초 자료로 활용된다. 질병의 확산을 방지하는 등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데도 기여하는 것. 지난해 1월 경기 안성과 충북 충주에서 발생한 소 구제역이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관계당국은 이력 시스템에 기록된 가축 이동 경로 및 구제역 백신 접종 유무, 사육 현황 등의 정보를 활용했다. 그 덕분에 총 3건만 발생한 뒤 사태를 조기에 종식할 수 있었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돼지고기 이력제 도입 전인 2011년 구제역 발생 당시 전체 사육 돼지 988만 두 중 331만 두(33.5%)가 살처분됐다. 이력제 도입 이후인 지난해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발생 때는 1234만 두 대비 15만 두(1.2%)를 살처분하는 데 그쳤다. 이력제 도입으로 방역의 효율성을 끌어올린 결과다.

농정연구센터는 2018년 유통의 투명성이 높아진 점, 방역의 효율성이 확보된 점 등을 종합할 때 소 이력제 도입에 따른 연간 사회적 편익이 45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돼지 이력제 도입의 사회적 편익도 연간 3500억 원가량으로 추정된다.

전상곤 경상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는 “쇠고기 및 돼지고기 이력제 정보는 산지 물량 및 가격 전망에도 활용되고 있어 수급 안정화도 이끌어 내고 있다”며 “축산물에 대한 신뢰가 높아지고 국내산과 외국산의 차별화가 가능해지는 등 이력제는 궁극적으로 국내 축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축산농가의 수익성을 높이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축산물이력제#유통 투명성#먹거리#돼지고기#쇠고기#방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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