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Special Report]신기술 체험-쇼룸 유혹… 가고싶은 매장으로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2월 19일 03시 00분


美 작년 소매점 9300곳 폐점… 위기의 오프라인 매장들 생존전략

미국 시카고의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 매장의 모습. 사진 출처 스타벅스 홈페이지
미국 시카고의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 매장의 모습. 사진 출처 스타벅스 홈페이지
세계적으로 온라인 쇼핑의 급성장과 함께 오프라인 리테일의 종말을 의미하는 ‘리테일 아포칼립스(Retail Apocalypse)’란 말이 유행하고 있다. 그 정도로 전통적인 오프라인 매장의 위기감이 심각하다는 의미다. 미국의 경제전문 미디어 ‘비즈니스 인사이더’에 따르면 2019년 한 해에만 미국에서 무려 9300여 개의 매장이 문을 닫은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아마존을 포함한 온라인 리테일러들은 오히려 오프라인 매장 수를 늘리고 있다. 밀레니얼 세대뿐 아니라 미래 고객인 Z세대들이 온라인만큼이나 오프라인 쇼핑을 즐기기 때문이다. 이유가 달라졌을 뿐이다. 이전 세대가 습관적으로 필요에 의해 오프라인 매장을 방문했다면, Z세대는 쇼핑 경험 자체에 몰입하기 위해 매장을 찾는다.

기업은 이처럼 달라진 소비 패턴을 반영해 오프라인 매장의 전략을 다시 구상해야 한다. DBR(동아비즈니스리뷰) 2월 1일자(290호)에 실린 오프라인 매장의 생존 전략을 요약해 소개한다.

○ 다양한 기술 체험


글로벌 컨설팅사 매킨지의 오프라인 매장 ‘모던 리테일 컬렉티브’ 입구. 매킨지 제공
글로벌 컨설팅사 매킨지의 오프라인 매장 ‘모던 리테일 컬렉티브’ 입구. 매킨지 제공
글로벌 컨설팅 회사 매킨지는 2019년 9월 미국 미네소타의 한 쇼핑몰에 오프라인 매장, ‘모던 리테일 컬렉티브’를 열었다. 약 3000ft²(평방피트) 규모의 매장에는 주얼리 브랜드 ‘켄드라스콧’, 속옷 브랜드 ‘서드러브’ 등 다양한 브랜드 제품들이 판매되고 있다. 컨설팅 회사가 뜬금없이 리테일 매장을 오픈한 이유는 무엇일까. 매킨지는 이 매장을 새로운 기술과 브랜드 상품을 경험할 수 있는 리테일 실험실로 이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예컨대 이 매장의 켄드라스콧 주얼리에서는 무선인식(RFID) 칩이 심어진 원석으로 고객이 직접 원하는 디자인을 조합해 맞춤형 팔찌를 만들고 증강현실(AR)로 완성된 팔찌 모습까지 구현할 수 있다. 매킨지는 테크 회사들과의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이 같은 첨단 기술을 실험하고 있다. 매장을 통해 소비자는 신기술을 접목시킨 쇼핑을 체험하고, 매킨지와 파트너 업체는 소비자 행동을 데이터로 수집해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다.

○ 경험을 선사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댄딜라이언 초콜릿 매장은 고객에게 초콜릿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여주는 인더스트리얼 스타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인더스트리얼 스타일은 근대 산업화 공장의 거친 느낌이 나는 인테리어 스타일로, 폐쇄되고 방치된 건물을 주거 공간이나 작업실로 활용하면서 확산되기 시작했다. 최근 인더스트리얼 스타일은 브랜드의 역사, 스토리와 결합해 고급스러운 디자인으로 발전하고 있다. 2019년 11월 시카고에 세워진 5층짜리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 매장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곳에는 거대한 오렌지색 철제관이 전체 건물을 관통하는데, 매일 500파운드 이상의 커피 원두를 볶아서 보관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또 커피 바에서는 커피 장인이 열정을 담아 제조한 다양한 종류의 커피 한 잔을 경험할 수 있다. 커피의 역사와 최첨단 기술, 나만을 위한 독특한 수제 커피 한 잔의 경험이 인더스트리얼한 공간에 잘 녹아 있다. 이런 ‘힙’한 매장은 젊은 연령층뿐 아니라 다양한 취향의 소비자군에 어필할 수 있다.

○ 매장의 ‘쇼룸’화

중저가 패션 브랜드 에버레인은 매장을 소비자들이 취향을 확인하고 상품을 테스트하는 용도의 ‘쇼룸’으로 이용한다. 이곳에서 고객은 원하는 신발과 사이즈를 테스트해본 다음에 주문은 온라인으로 할 수 있다. 예컨대 필자가 마음에 드는 신발을 골라서 다른 컬러가 있는지 묻자, 점원은 사이즈를 매장에서 테스트해보고 온라인에서 다른 색깔로 주문하라고 조언했다. 매장은 당장 구매가 일어나지 않아도, 해당 브랜드의 제품을 구입하도록 유도하는 접점으로 활용된다.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데카트론의 샌프란시스코 매장은 아예 입구에 소비자가 온라인으로 편하게 주문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놓았다. 태블릿 화면에서 원하는 상품을 선택하면 상품 스펙과 비디오를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QR코드로 스캔해 스마트폰으로 바로 주문할 수 있다.

이처럼 매장을 쇼룸화하는 모델은 기업 입장에서 재고 부담을 줄이고, 매장 인력을 전략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리하다. 또 소비자 입장에서도 구입에 대한 심리적 부담을 덜 느끼는 동시에 쇼핑 경험 자체에 집중할 수 있다는 점에서 편리하다. 이 같은 쇼핑 환경은 브랜드의 긍정적인 이미지에 기여할 수 있다.

앞으로 오프라인 매장은 고객이 온라인을 제치고 ‘굳이 매장을 방문해야 하는 이유’를 제공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다양한 기술을 체험할 수 있게 하거나, 독특한 인테리어 디자인을 통해 ‘힙’한 경험을 제공하거나, 구입에 대한 부담 없이 편하게 상품을 사용해볼 수 있는 편리함 같은 새로운 가치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소비자들이 들어가고 싶고, 찾아가도록 이끄는 동력이 곧 오프라인 매장의 성공을 결정할 것이다.

황지영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 마케팅 전공 교수 jiyoung.hwang.retail@gmail.com

정리=배미정 기자 soya111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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