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요커 홀린 비비고… 월마트 꿰찬 신라면… 美도 반한 K푸드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2월 19일 03시 00분


CJ제일제당-농심, 美시장서 선전… 록펠러센터에 팝업 매장 연 비비고
글로벌 브랜드 제치고 매출액 1위… 정식 입점 요청에 계약기간 연장
농심, 10년새 美라면시장 3위 껑충… 작년 신라면만 3000억원 넘게 팔려

미국 록펠러센터 비비고 매장을 찾은 현지 고객(왼쪽 사진)과 미국 현지 코스트코 매장에 자리 잡은 농심 신라면 판매 진열대. ‘K푸드’를 앞세운 식품업계가 해외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각 사 제공
미국 록펠러센터 비비고 매장을 찾은 현지 고객(왼쪽 사진)과 미국 현지 코스트코 매장에 자리 잡은 농심 신라면 판매 진열대. ‘K푸드’를 앞세운 식품업계가 해외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각 사 제공
한류 등의 영향으로 한국 음식(K푸드)에 대한 미국인들의 인식이 개선되면서 한국의 대표적인 식품회사들이 미국 등 해외에서 선전하고 있다.

글로벌 업무·관광 중심지인 미국 뉴욕 맨해튼 록펠러센터. 이곳 지하 1층 푸드코트에서 지난해 12월 말 비비고 매장을 열어 만두, 잡채, 닭강정 등을 판매 중인 CJ제일제당은 당초 2월 말까지였던 계약기간을 4월 말까지 연장하기로 최근 결정했다. 푸드코트 임차인을 관리하는 록펠러센터 측에서 지속적으로 ‘정식 입점’을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록펠러센터 푸드코트는 블루보틀(카페), 스위트 그린(샐러드), 푸쿠(버거) 등 내로라하는 글로벌 외식 브랜드가 경쟁하는 곳이다. 입점만으로도 홍보 효과가 큰 이곳에서 비비고 매장은 하루 평균 500만 원의 매출을 거둬 손익분기점(일평균 200만 원)을 가뿐히 넘어섰다. 록펠러센터 조사 결과 황금 시간대인 점심시간(오전 11시 30분∼오후 2시)에 비비고는 경쟁 매장들을 제치고 매출액 1위였다.

CJ제일제당은 비비고 록펠러센터 매장의 실적에 고무돼 있다. 미국 동부지역에서도 성장 가능성이 있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보는 것이다. 그동안은 아시아계 거주자가 많은 캘리포니아주 등 서부를 주로 공략해왔다. CJ제일제당 측은 “지난해 인수한 현지 냉동식품 제조업체 슈완스의 네트워크를 통해 동부지역의 코스트코, 월마트 등에서 비비고 판매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슈완스 제품이 입점한 점포는 미국 중부와 동부 일대에서 3만여 개에 달한다. 현재까지 CJ제일제당이 서부 중심으로 입점한 점포 수(3000여 개)의 10배 수준이다.

미국에 신라면을 판매하고 있는 농심은 서부에 이어 동부까지 사업망을 확장했다. 2013년만 해도 월마트 7개 점포에서 신라면을 판매하는 데 그쳤지만, 제품력을 인정받아 2017년엔 국내 업체 중 처음으로 4000여 개에 달하는 월마트 전 점에 신라면을 입점시켰다. 월마트 코스트코 등 현지 주요 유통채널에서의 매출 비중은 2018년 59%에 달하며 처음 아시안 마켓(한인·차이나타운 마트 등)을 넘어섰고, 지난해엔 62%까지 확대됐다는 게 농심 측의 분석이다.

농심은 ‘일본 라면’이 주를 이루던 미국 라면 시장에서 한국 라면의 점유율과 브랜드 평판도 높이고 있다. 농심은 미국에서 저가로 판매되던 일본 라면(코스트코 기준, 닛신컵누들 24개입 6.59달러)보다 가격을 높게 설정(육개장 사발면 18개입 13.89달러)해 고급화를 추구했다. 맛도 현지인에게 익숙한 일본식 간장맛·해물맛 라면 대신 ‘매운맛’으로 차별화했다. 2008년 농심의 미국 라면 시장 점유율은 2%에 불과했지만 2018년 15%까지 성장하며 3위에 올라섰다고 농심 측은 설명했다.

농심이 올 상반기(1∼6월) 착공 예정인 서부 코로나 지역 생산 공장이 2021년 완공되면 연 5억 봉지였던 현지 생산물량은 10억 봉지로 확대된다. 농심은 지난해 미국에서만 신라면을 3000억 원 이상 판매하며 해외 매출이 약 9600억 원에 달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올해는 해외 매출 1조 원 돌파가 예상된다.

오리온은 중국 베트남 러시아 등 해외 사업성과 등에 힘입어 지난해 창사 이래 최대 영업이익(3273억 원)을 올렸다. 전 세계 60개국에서 판매되는 초코파이는 중국(녹차맛), 베트남(다크초코파이), 러시아(라즈베리 맛) 등 현지인 입맛을 겨냥한 제품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대표 생감자 스낵인 ‘포카칩’과 ‘스윙칩’은 지난해 한국, 중국, 베트남 합산 매출이 2000억 원을 넘었다. ‘불닭볶음면’ 인기로 삼양식품은 지난해 전체 매출 5350억 원 중 2700억 원을 수출에서 거뒀다.

식품 업계 관계자는 “최근 영화 ‘기생충’ 등으로 인해 한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만큼 K푸드의 해외 진출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신희철 기자 hc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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