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으로 기소돼 재판 업무에서 배제됐던 법관 8명 중 본인이 복귀를 원하지 않는 1명을 뺀 나머지 7명이 3월부터 복귀한다. 이 중 신광렬 성창호 조의연 임성근 부장판사 등 4명은 1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았으나 이민걸 심상철 방창현 부장판사 등 3명은 1심이 끝나지도 않았다. 1심도 끝나지 않았는데 복귀시키면 기소돼 재판 업무에서 배제시킬 때와 처지가 하나도 달라진 게 없는데도 복귀시키는 것이 된다.
김명수 대법원은 검찰이 법관을 기소하면 기소의 적절성 여부에 대한 판단을 하지 않고 재판 업무에서 배제했다. 최근 잇따라 무죄 판결이 내려지는 걸 보면 검찰의 기소가 적절했는지 의문이다. 그러나 법원으로서는 바로 법관과 관련된 기소이기 때문에 검찰 결정을 존중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검찰의 결정을 존중하기로 했다면 최소한 1심 판결은 보고 재판 업무 복귀를 결정하는 것이 앞뒤가 맞다.
지난달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직권남용죄에 대해 엄격한 적용을 요구했다. 이 판결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에 대해 내려진 1심 무죄 판결에 영향을 미쳤고 아직 끝나지 않은 1심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는 하나 법원이 사건마다의 특수성을 무시하고 판결을 예단하는 듯한 결정을 한 것은 적절치 않다.
일각에서는 1심 판결이 아니라 확정 판결을 보고 복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비판한다. 그러나 복귀 결정 시점은 무죄추정 원칙과 재판의 신뢰성 확보라는 두 가지 가치 사이에서 타협점을 찾지 않을 수 없다. 검찰이 기소했다고 해서 재판 업무에서 배제하는 것은 무죄추정 원칙에 반하는 것이지만 재판의 신뢰성 확보라는 또 다른 가치를 위해 받아들여졌다. 그렇다고 해서 확정판결 때까지 기다려 복귀 여부를 결정하라는 것은 무죄추정 원칙에 과도하게 반하는 것이 될 수 있다.
재판 업무 배제도, 복귀도 고육지책의 결정이었겠지만 원칙도 일관성도 부족한 이런 일련의 과정은 사법부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했다. 앞으로 판사들이 1심 판결만이 아니라 확정 판결에서까지 무죄를 선고받는다고 해서 사법부에 대한 신뢰가 저절로 찾아오는 것도 아니다. 판사가 다른 판사의 재판에 영향을 미치려 한 모습을 보인 것은 형법상 직권남용에 해당하는지를 떠나 재판의 독립성을 침해하는 위헌적인 태도이며 형사처벌은 아니라도 징계의 대상이 된다. 사법부가 겪고 있는 진통이 그런 잘못을 바로잡아 불신을 씻어내는 계기가 되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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