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대신 현금… 82세 29번, 디지털 흔적 적어 추적 힘들어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2월 19일 03시 00분


[코로나19 확산 비상]질본 날짜별 세부동선 발표 못해
스마트폰 GPS 실제와 오차 있어 고령환자 나오면 반복될 가능성
부인 30번, 공항철도 타고 용유도… 명륜진사갈비 동묘점서 점심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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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29번(82), 30번(68·여) 환자 부부의 감염원은 여전히 드러나지 않고 있다. 게다가 이들의 세부 동선도 확인되지 않고 있다.

젊은층에 비해 ‘디지털 흔적’을 남기지 않는 고령자의 특성이 이동 경로 파악에 어려움을 주고 있다.

18일 질병관리본부(질본)에 따르면 29번 환자는 5일 처음 증상을 보여 16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29번 환자의 감염원 추적 기간은 지난달 20일∼이달 4일. 이 기간 동안 29번 환자는 서울 종로구의 종로노인종합복지관, 기원 등을 이용했다. 확진 판정 이후 대중집회에 참석했다는 소문도 돌았다. 하지만 질본은 확진 사흘째에도 세부 동선을 내놓지 못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29번 환자의 집회 참석 여부는 현재까지 확인된 바 없다”며 “주로 도보로 이동하고 신용카드를 쓰지 않아 휴대전화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통해 동선을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29번 환자는 도시락 배달봉사를 하고 또래 노인들과 자주 어울리는 등 종로구 일대에서 활발히 활동해 왔다. 하지만 고령자 특성상 신용카드보다 주로 현금을 사용해서 세부 동선 파악은 그의 기억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2주가 넘은 시점에서 방문지를 구체적으로 기억하길 기대하는 건 어렵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29번 환자가 스마트폰을 사용했다는 것. GPS를 사용해 위치 추적이 가능해서다. 통신사는 확진자의 휴대전화와 접속한 근처 기지국의 GPS 정보를 정부에 전달한다. 하지만 GPS로는 대략적인 동선만 나오는 것이 한계다. GPS 위치와 실제 세부 위치는 서울의 경우 100∼200m, 지방은 500m 이내의 오차가 있다.

30번 환자는 일부이긴 하지만 남편인 29번 환자에 비해 동선이 구체적으로 나왔다. 신용카드 대신 현금을 썼고 스마트폰을 이용한 것은 동일했다. 하지만 본인이 동선을 잘 기억하고 있는 데다 동선에 지하철, 식당, 카페가 포함돼 교통카드 이용 내용 및 폐쇄회로(CC)TV 추적이 용이했다.

30번 환자는 10일 지하철을 이용해 나들이를 갔다. 오전 10시 지하철 1, 3, 6호선을 차례로 갈아탄 뒤 공항철도를 이용해 인천공항역에 내렸다. 이후 걸어서 인천 중구 용유도를 방문했다. 귀가할 때도 공항철도를 이용해 경인아라뱃길을 방문한 뒤 지하철을 갈아타고 1호선 동묘앞역에서 하차했다.

30번 환자는 13일 오전 11시 58분부터 오후 1시 34분까지 종로구의 명륜진사갈비 서울동묘점에서 점심을 먹었다. 이곳 사장 A 씨는 18일 “(30번 환자가 방문했을 당시의) CCTV를 보니 서빙한 남녀 직원 2명이 약 4초간 1m 정도 떨어져 이야기를 나눴다”면서 “해당 직원은 자가 격리 중이고 오늘 아침에 방역도 진행했다”고 말했다. 30번 환자는 점심식사를 마친 뒤 오후 1시 43분부터 3시 10분까지 1시간 반가량 종로구 스타벅스 동묘앞역점에 머물렀다. 18일 영업 중인 해당 매장에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매장을 다녀갔다거나 방역을 했다는 안내 문구가 없었다.

질본은 두 사람의 감염 경로에 대해 여러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있다. 정 본부장은 “29, 30번 환자는 부부이긴 하지만 동선이 달라 역학적 연관성이 확인되지 않는다”며 “동시에 감염됐을 가능성과 한쪽이 먼저 감염됐을 가능성 모두 있다”고 말했다.

전주영 aimhigh@donga.com·구특교 기자
#코로나19#29번 환자부부#디지털 흔적#감염 경로#서울 종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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