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총선공약, ‘미래’가 없다[현장에서/곽도영]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2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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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도영 산업1부 기자
곽도영 산업1부 기자
‘PublicWiFi@Seoul’

서울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에서 스마트폰 와이파이를 켜면 잡히는 공공 와이파이다. 특정 지점마다 신호가 잡혔다 끊겼다 한다. 카카오톡으로 온 동영상 하나 다운로드하는 데도 한참 기다려야 한다. 비슷한 이름으로 여기저기서 잡히는 공공 와이파이 역시 마찬가지다.

인공지능(AI)과 5세대(5G) 통신 원년이라는 2020년 총선을 앞두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야심 차게 내놓은 1호 공약은 이런 공공 와이파이를 전국에 깔겠다는 것이다. 2017년 말 기준 1만3000개인 공공 와이파이를 2022년까지 5만3000여 개로 늘리겠다는 것인데 비용은 자그마치 5780억 원이다.

여야 양당의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공약이 모두 나왔지만 공약 내용에서 AI와 빅데이터, 5G는 실종됐다. 선심성 공약과 의미 없는 구호만 남았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우선 여당 대표 공약인 공공 와이파이를 좀 더 들여다보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공공 와이파이 트래픽은 지난해 10월 1만6164TB(테라바이트), 11월 1만5208TB, 12월엔 1만5110TB로 오히려 줄고 있다. 전체 트래픽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5%다. 여당은 “20, 30대 청년층의 통신비 절감 효과가 상당할 것”이라고 생색을 냈지만 무제한 요금제 가입률이 높고 동영상 소비가 많은 2030세대가 이 2.5% 중 얼마나 될까.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은 단말기 완전자급제 실현, 통신비 소득공제 등으로 맞불을 놨다. 통신업계는 세손 부담으로 정부가 이미 포기했거나(통신비 소득공제), 현재 국내 상황에 비춰 비현실적인 공약(단말기 완전자급제)으로 평가했다.

무엇보다 씁쓸한 건 ICT 공약에 ‘미래’가 없다는 것이다. 업계가 고대하던 AI 인력 수급과 데이터3법 후속 시행령, 신산업 규제 개선, 5G 콘텐츠 활성화 방안은 찾아볼 수 없다. “2022년까지 유니콘 기업 30개로 확대(여당)” “글로벌 히든 챔피언 500개 발굴(야당)” 같은 숫자와 구호만 있을 뿐이다.

5780억 원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AI는 글로벌 기업들이 업종을 가리지 않고 미래사업으로 꼽는 분야다. 한국은 AI 인재 숫자로 세계 15위밖에 안 된다. 2022년 기준 국내 AI 인재 수요는 3900명이지만 공급은 768명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AI 기초인력을 공급해야 할 대학 지원사업으로는 KAIST, 고려대, 성균관대 AI 대학원에 5년간 90억 원을 지원한다는 게 전부다.

미국과 AI 패권을 겨루는 중국은 정부가 각종 AI 공공 프로젝트를 발주해 기업들이 기술을 시험하고 개선할 수 있는 장을 만든다. 5000억 원을 와이파이가 아니라 AI에 투자한다면 본격적이진 않아도 시장 활력은 충분히 살아날 수 있지 않겠는가.
 
곽도영 산업1부 기자 now@donga.com
#정보통신기술#선심성 공약#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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