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 먼저 던지고픈 김광현, 맨 나중 나서도 잘할 듯”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2월 19일 03시 00분


세인트루이스 매체 “마무리 후보”
“제구력 갖춘 왼손 투수 강점”… ‘마무리 40경기 나오면 50만달러’
계약서 옵션 조항도 있어 관심
추신수 “내년도 텍사스 잔류 원해”

2010년과 2018년 KBO리그에서 시즌 마지막 순간에 마운드에 서 있던 선수는 투수 김광현(32·세인트루이스·사진)이었다. 선발 투수였던 김광현은 2010년 한국시리즈(KS) 삼성과의 4차전, 2018년 KS 두산과의 6차전에 마무리투수로 깜짝 등판해 SK에 우승반지를 안겼다. 2010년 우승을 확정지은 후 포수 박경완(48·현 SK 수석코치)을 향해 90도 인사를 했던 김광현은 2018년에는 야수 쪽으로 돌아서 두 팔을 번쩍 들어 올렸다.

꿈에 그리던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김광현이 미국에서는 마무리 투수로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지역 매체 ‘세인트루이스 포스트-디스패치’는 18일 마무리 투수 후보를 열거하며 김광현의 이름도 포함시켰다. 이 매체는 “김광현이 안정감 있고 제구력도 갖춘 왼손 투수라는 점을 생각하면 9회에 등판하는 투수가 될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김광현의 계약에는 ‘마무리 투수로 40경기 이상 등판할 경우 보너스 50만 달러(약 6억 원)를 지급한다’는 조항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김광현이 팀의 고정 마무리 투수로 뛸 가능성은 높지 않다. KBO리그 정규시즌 ‘마무리 김광현’의 통산 성적은 9경기에서 세이브 없이 1승 2패 평균자책점 4.22로 썩 좋은 편이 아니다. 최고 시속 153km에 이르는 김광현의 직구는 ML에서는 평범한 스피드다. 구위로 타자를 압도해야 하는 마무리 투수로서는 다소 부족하다. 세인트루이스의 마무리 투수는 2019시즌 ML 최고 구속(시속 169km)을 기록한 조던 힉스(24)가 될 공산이 크다. 지난해 6월 팔꿈치 수술을 받은 힉스는 시즌 중 복귀할 수 있다.

세인트루이스 선발진이 윤곽을 갖춰 가는 가운데 김광현은 선발과 구원을 오가는 ‘스윙맨’으로 시즌을 시작할 가능성이 높다. 선발 로테이션에 들어갈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니다. 기존 선발진의 부상 또는 부진 등 변수가 생기면 팀 내 투수 연봉 6위(400만 달러·약 47억 원) 김광현은 ‘선발 전환 1순위’다. 선발진 한 자리를 차지한 마일스 마이컬러스(32)는 16일 오른쪽 굴곡건(팔 근육과 손가락을 이어주는 힘줄)에 통증을 느껴 스프링캠프 훈련에서 이탈했다. 큰 부상은 아니지만, 그의 공백이 길어질 경우 김광현이 그의 빈자리를 메울 수 있다.

한편 코리안 메이저리거 ‘맏형’ 추신수(38)는 텍사스와의 계약 마지막 해를 앞두고 팀 잔류 의지를 드러냈다. 추신수는 같은 날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향후 몇 년은 더 뛸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텍사스에서 6시즌을 뛰며 출루율 0.365를 기록한 추신수는 지난해 개인 한 시즌 최다인 24홈런을 쳐 3년 연속 20홈런 이상을 기록했다. 크리스 우드워드 텍사스 감독은 “우리가 추신수와 재계약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올해도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좋은 시즌을 보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김광현#세인트루이스#스윙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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