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미국의 서점에서 멋진 디자인의 ‘위대한 개츠비’ 양장본을 구한 뒤 털어놓은 고백이다.
최근 몇 년째 출판사와 서점에 부는 리커버 바람의 배경을 하루키의 이 말로 대부분 설명할 수 있다.
이미 출간된 책의 표지를 바꿔서 다시 내는 리커버는 ‘손에 잡히는 느낌이 좋다’를 오감(五感)으로 추구한다.
안지미 알마 대표의 말을 빌리자면 “책을 경험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기존의 책이 내용의 간접경험에 치중했다면 리커버는 질감, 촉감, 부피감, 향, 종이와 폰트 사이의 여백까지 책의 물성(物性)에 대한 직접경험에 집중한다.
굳이 종이책을 택하는 충성도 높은 독자의 소유욕을 자극한다.
대상은 주로 베스트셀러나 스테디셀러, 고전같이 독자가 익히 알고 있는 책이다. 책 내용정보를 더 제공할 필요가 없기에 디자인이 강조된다.
그만큼 디자이너의 부담은 크지만 상대적으로 자신의 역량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다.
리커버는 보통 이슈와 시즌에 맞춰 발간한다.
책 출간 100년, 저자 탄생 100주년, 세계문학전집 통권 100권, 봄꽃 특집, 바캉스 에디션 등 다양하다.
대형 온·오프라인 서점이 출판사에 특정 책의 리커버를 제안해 해당 서점에서만 팔기도 한다.
통상 한정판으로 2000부를 찍는다.
자연스럽게 책 판매의 돌파구 역할도 한다.
인스타그램에 올릴 만큼 예쁘고 감각적인 리커버는 평소 책에 신경을 쓰지 않던 독자들을 창출하는 기능을 한다.
스테디셀러를 많이 보유하고, 출중한 디자인팀이 있는 큰 출판사에 유리해 출판 산업의 부익부 빈익빈을 심화시킨다는 지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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