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율 1 밑돌면 20년 뒤 군 인력 반토막 위기, 여군 증원은 물론 외국인 입대해도 모자랄 판
우리나라 출산율은 매해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합계출산율은 0.98. 가임기 여성 1명이 평생 1명의 자녀도 낳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지난해 여러 가지 저출산 정책을 시행했으나 결과는 더 나빠졌다. 2월 26일 통계청 집계에 따르면 2019년 합계출산율은 0.92였다. 지난해까지가 인구절벽이라면 올해부터는 사실상 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진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올해부터 사망자수가 출생자 수를 넘는 자연 인구 감소 상태로 전환될 것”이라며 “이민 등 국제 이동을 감안해도 2028년부터는 총인구가 줄어들기 시작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나라 지킬 군인이 없다
인구 감소가 별일이 아니라 생각할 수 있다. 좁은 땅에 사람이 줄어들면 부동산, 입시·취업 경쟁 같은 문제가 자연히 해결된다는 견해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금만 깊이 생각해보면 인구 감소는 심각한 문제다. 가장 먼저 이상 현상이 발생하는 영역은 국방 분야다. 인구가 감소하니 자연히 군인 수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20세 남성인구는 33만 명이었다. 그런데 장래인구추계를 보면 2030년 20세 남성인구가 29만 명으로 줄어들고, 2034년 이후에는 20만 명 수준으로 더 감소한다.
통상 20세 남성은 병역판정검사를 통해 약 90%가 병역의무를 지게 된다. 이를 이용해 계산하면 2030년에는 26만1000명, 2034년 이후에는 한 해 징병 가능 인원이 18만 명 이하로 급감할 수 있다. 정부는 2022년까지 상비병력 규모를 50만 명으로 줄이겠다고 밝힌 상태. 하지만 지금 같은 출생아 감소세가 계속된다면 50만 명 유지도 힘들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태어난 아기 가운데 남아는 약 15만5000명으로, 이들이 모두 군 복무가 가능한 20세 남성으로 성장한다 해도 입대 가능한 인원은 14만 명 수준에 불과하다.
병무통계연보에 따르면 2018년 입영 가능 20세 남성은 약 30만 명이며, 이 가운데 그해 입대한 인원은 10만1733명이다. 비슷한 비율로 입대한다고 가정할 경우 2039년 입대할 20세 남성은 산술적으로 5만 명 수준에 그칠 수 있다. 더욱이 입대하더라도 군 복무 기간은 18개월에 불과하다. 저출산으로 20년 뒤 군 복무 인원은 현 수준의 절반 이하로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상황에 대비하려면 국방 자원을 다각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흔히 ‘직업군인’으로 불리는 상시 근무 인력을 늘리고, 여성이나 외국인도 적극 수용해야 한다는 것. 한국국방연구원 관계자는 “인적자원 재활용도 고민할 여지가 있다. 전역한 예비군 가운데 다시 군 복무할 의사가 있는 사람이나 관련 경험을 가진 인력을 채용하는 제도를 도입하는 것도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받을 사람만 많아져 연금 조기 고갈 우려
인구가 감소한다는 것은 그만큼 돈을 쓰는 사람이 줄어든다는 의미다. 그럼 내수시장이 위축되고 국내 산업이 위축될 가능성도 크다. 게다가 고령화까지 함께 진행되니 내수시장 감소 속도는 더 가파를 것으로 보인다. 이삼식 한양대 고령사회연구원장은 “보통 고령인구(65세 이상)는 생산가능인구(15~64세)보다 구매력이 떨어진다. 고령화가 진행된다는 것은 그만큼 그 사회의 소비 성향이 위축된다는 의미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의 고령화는 심각한 수준이다. 통계청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2030년 고령인구 비율은 25%에 이르고, 2050년에는 39.8%로 10명 중 4명이 노인인 사회가 된다. 고령화 추이에 반비례해 생산가능인구 비율은 같은 기간 65.4%, 51%로 크게 줄어든다. 생산가능인구라 해도 실제로 취업 시점이 다소 늦은 것을 감안하면 실질 생산가능인구 비율은 이보다 훨씬 적어질 공산이 크다. 즉 경제활동으로 돈을 벌어 연금을 부을 인구가 전체 인구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할 수 있는 것이다.
일하는 인구가 줄어든다는 것은 그만큼 부양해야 할 노령인구가 늘어난다는 것을 뜻한다. 부양인구 중 특히 신경 쓰이는 것은 고령층. 시간이 지나면 유소년층은 생산가능인구가 되지만, 고령인구는 부담으로 남는다. 국민연금공단이 지난해 발표한 재정추계에 따르면 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로 2041년 국민연금은 적자로 돌아서고, 2057년이면 고갈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사망률이 낮아지면 적자 및 고갈 시기는 더 빨라질 수 있다”고 말한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재정추계는 보통 한 세대가 태어나고 죽을 때까지를 예측 한도로 잡는다. 하지만 국민연금공단의 재정추계 예측 한도는 70년이다. 예측할 수 있는 범위가 그만큼 제한된다. 게다가 내는 금액인 연금보험료와 받는 금액인 소득대체율이 동시에 올라야 하는데 쉽지 않다. 소득대체율은 한번에 올릴 수 있지만, 연금보험료는 몇 년에 걸쳐 천천히 올리게 된다. 그래서 중간에 연금보험료 인상률을 조정하면 당초 계획한 만큼 보험료를 올리기 어렵다”고 밝혔다.
인구 감소 영향을 가장 빠르게 받는 곳은 교육계다. 통계청의 학령아동 변경추계에 따르면 지난해 학령아동(8~19세)은 총 683만여 명. 하지만 2035년에는 488만여 명으로 줄어들게 된다. 교육계 관계자는 “교육현장에서는 학생 수 감소가 피부로 느껴진다”며 “2000년대 초중반까지만 해도 한 학급에 30~40명, 교사 인당 학생 수도 20~30명이었지만 2010년대 후반부터는 교사 인당 학생 수가 15명 남짓, 한 학급에 25명을 넘는 경우가 드물다”고 말했다.
출생아 감소 직격탄 맞는 교육계
이삼식 원장은 “현재 초중고 할 것 없이 교사 인당 학생 수, 학급당 학생 수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보다 적다”며 “10년 전만 해도 정반대 결과가 나왔음을 떠올려보면 학령인구 감소 속도가 상당히 가파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또 “도시를 제외한 지방은 지금 당장 학령인구가 모자라 학교가 사라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학령인구가 크게 감소하고 있지만 교육의 질 하락을 우려해 당장 학교를 줄일 수는 없다. 이 원장은 “지금이라도 서구권처럼 초중고 통합학년제를 도입하거나, 일본처럼 여러 개의 학교를 묶어 통합 관리하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며 “대학도 종합대 위주에서 단과대 위주로 바꿔 학생 수가 감소해도 학교 수는 줄지 않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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