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덕의 도발]코로나 의료진에게 감사의 박수를!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28일 14시 02분


이탈리아에선 토요일 낮 12시면 모두 발코니로 나와 박수를 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치솟아 10일부터 외출금지령이 떨어진 나라. 갇혀만 있기 심심해 발코니에서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던 이 자유로운 영혼의 나라에서 ‘14일 토요일 정오, 의료진에게 일제히 박수를 보내자’는 메시지가 소셜미디어(SNS)에서 돌았다.

발코니로 나와 음악을 연주하는 이탈리아 시민들. 출처 인스타그램 @rereke.events
발코니로 나와 음악을 연주하는 이탈리아 시민들. 출처 인스타그램 @rereke.events

발코니로 나와 음악을 연주하는 이탈리아 시민들. 출처 인스타그램 @balconymuseum
발코니로 나와 음악을 연주하는 이탈리아 시민들. 출처 인스타그램 @balconymuseum

쿨! 좋은 생각!! 환자를 위해 자기 목숨 내놓고 일하는 의사와 간호사, 의료기사들은 ‘가운 입은 천사’들이다. 이탈리아가 일제히 보낸 사랑과 존경이 동영상으로 퍼지면서 지금 세계에선 의료진에 대한 ‘박수 사례(謝禮)’가 유행이다.

● 외출제한 유럽에 울려 퍼진 박수


13일의 금요일 이탈리아 확진자가 1만770만 명, 사망자가 1266명이었다. 징글징글하게 법과 규칙을 안 지키는 걸로 유명한 이탈리아 국민들이 정해진 시간, 일제히 박수치는 영상은 가슴 뭉클한 감동의 도가니다.

우리는 마스크 사기가 힘들어서 그렇지, 그래도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다(물론 사회적 거리 두기는 지켜야 한다). 유럽은 거의 이동 금지 상태다. 스페인에선 국가비상사태까지 선포했다. 27일 이탈리아는 확진자 8만 명으로 중국 턱밑까지 갔다. 이젠 유럽이 코로나19의 중심지다.

그런데도 스페인에서, 영국에서, 네덜란드와 벨기에, 유럽을 지나 이스라엘에서도 의료진에 대한 감사와 존경과 응원의 박수가 울려 퍼진다. 심지어 파리에선 매일 오후 8시에 박수를 친다. 아무리 병원이 멀리 있더라도 의료진이 못 들을 리 없다. 설령 못 듣는대도 온 국민이 마음을 모아 성원을 보낸다고 생각하면 불끈, 없는 힘도 절로 날 터다.

프랑스 시민들이 의료진을 격려하는 모습을 담은 프랑스 보도채널인 프랑스24 영상. 프랑스24 캡처
프랑스 시민들이 의료진을 격려하는 모습을 담은 프랑스 보도채널인 프랑스24 영상. 프랑스24 캡처

● “의료인도 지쳤다, 외국인 막아달라”

문재인 대통령은 26일 주요 20개국(G20) 특별 화상 정상회의에서 “우리의 성공적인 대응모델을 국제사회와도 공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어마어마한 검진을 통한 확진자 발견, 감염 경로 추적과 격리 조치로 세계에서 주목하는 것도 사실이다.

주요 20개국(G20) 특별 화상 정상회의에서 코로나19 국제 공조 방안 모색을 논의하는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제공
주요 20개국(G20) 특별 화상 정상회의에서 코로나19 국제 공조 방안 모색을 논의하는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제공

하지만 그날은 대한감염협회 백경란 이사장이 “의료인도 지쳤다”며 “외국인까지 치료해주고 있을 정도로 (의료) 일선의 여력이 남아 있지 않다”고 페이스북에 글을 올린 날이었다. 얼마나 힘들었으면 “정부에서 주장하는 상호주의에 입각해 (외국인 입국을) 금지해 달라”고 호소했을지 가슴이 다 먹먹해진다.

다음 날 정세균 총리는 해외 입국 환자의 90%가 우리 국민이라며 딱 잘라 거절했다. 우리 국민의 입국을 막으라고 하지 않았다. 상호주의에 입각해 외국인만 막자고 했을 뿐이다. 중국의 아픔은 우리의 아픔으로 느낀다면서, 중국도 외국인 입국을 금지하는데, 문재인 정부는 왜 우리 의료진의 아픔을 외면하는지 알 수가 없다. 외국인 전수검사는 물론 치료비와 격리비용까지 혈세로 대주며 민주적인 척 인심 쓰는 모습에 세금 내는 국민은 억장이 무너진다.

● 코로나 종식은 없을 수도 있다

대한의사협회가 7차례나 권고했는데도 중국발 외국인 입국을 막지 않았으니, 이제 와서 막기가 면구스럽기도 할 것이다. 중국과 몹시 친한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이 “한국은 출입국을 차단하지 않고 방역에 성공한 국가”라고 치켜세우니 문 대통령은 더욱 고무됐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의료계에선 ‘의료진을 갈아 넣는 방역’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처음엔 나라와 국민을 구하는 심정으로 의병(義兵) 아닌 의병(醫兵)으로 나선 그들이지만, 언제까지 극한상황에서 ‘삼일정신’으로 버티게 할 순 없다. 외국인까지 전수 검사하느라고 의료진에 걸리는 과부하가 한계점으로 치닫는 상황이다.

코로나19 선별 진료소에서 진료에 나선 의료진. 동아일보DB
코로나19 선별 진료소에서 진료에 나선 의료진. 동아일보DB

어쩌면 ‘메르스 종식’ 때처럼 “코로나19 종식을 선언합니다” 하는 날은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이대로 마스크 쓰고,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하면서 코로나19가 전 국민의 60%쯤 감염시키고는 또 하나의 감기로 정착할 수도 있다. 코로나19 대처에도 이제는 전환이 필요한 시기다.

● 국민이 알아주자, 의료진의 희생을

감염병 전문가들은 이미 한 달 전 청와대회의에서 지금의 ‘봉쇄전략’을 ‘완화전략’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안한 바 있다. 그럼에도 우리 대통령은 다 듣고 나선 자기 마음대로 하는 특성대로 “방역에서 여전히 중요한 것은 조기 발견”이라고 토론을 마무리했다. 어쩌면 의료진이 퍽퍽 쓰러지기 전에는, 이대로 계속 갈 수도 있다.

그래서 제안한다. 우리라도 SNS로 사발통문을 돌려 정해진 시간에 일제히 의료진에 박수를 보내보자. 우리나라 모든 의료진의 탁월한 의술과 희생정신! 정부는 몰라준대도 국민이 알고 있음을 가운 아니 방호복 입은 천사들에게 보여주었으면 한다. 세계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가슴 벅차게 자랑스러운 우리 의료진께, 마음으로부터 감사와 존경을 보낸다.

김순덕 대기자 dob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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