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아시아나 채권단, 영구채 5000억 출자전환 긍정 검토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16일 03시 00분


조건변경 둘러싸고 막판 협상속 현대산업개발 요구 수용에 무게
일각선 “지나친 특혜” 비판적 시선… 강력한 구조조정 등 요청할 수도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과 HDC현대산업개발(HDC현산)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조건 변경을 둘러싸고 물밑 협상을 진행 중인 가운데, 채권단이 아시아나항공의 영구채 5000억 원을 출자전환하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채권단 입장에선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가져가야 하는 부담이 있지만, 국적 항공사의 정상화와 인수합병 계약의 성사를 위해 불가피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5일 항공업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HDC현산과 채권단은 차입금 상환 유예, 인수자금 지원 등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관련한 다양한 지원 방안에 대해 협상 중이다. 특히 협상의 최대 쟁점인 아시아나항공 영구채의 채권단 출자전환도 테이블에 올려져 있다.

아시아나항공 영구채 5000억 원의 출자전환은 HDC현산의 가장 핵심적인 요구 사항이다. 산은과 수출입은행은 지난해 4월 아시아나항공이 발행한 영구채 5000억 원을 매입해 자본 확충을 지원했다. 영구채는 만기가 없이 이자만 지급하는 채권으로, 원금 상환 의무가 없어 자본으로 분류된다. 다만 이자 부담이 크다. 현재 이자는 7.2%이지만 2022년부터는 가산금리까지 더해져 이자가 연 10% 안팎으로 뛴다.

HDC현산은 이 영구채를 채권단 지분의 주식으로 전환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HDC현산 입장에선 인수 후 매년 수백억 원에 이르는 이자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국책은행이 주요 주주로 참여하면 회사를 더 안정적으로 경영할 수 있다는 장점까지 있다.

다만 이 경우 부실기업을 위해 혈세를 지원하면서 HDC현산에 지나친 특혜를 주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 이에 대해 채권단 고위 관계자는 “경영난에 몰린 기업의 정상화를 위해 채권단이 채무를 출자전환하는 것은 특혜라고 볼 수 없다”며 “이를 특혜로 본다면 그동안 구조조정 기업에 대한 지원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채권단의 출자전환이 확정되면 HDC현산은 당초 이달 7일로 예정됐다가 연기한 아시아나항공 유상증자에 참여해 본격적인 인수 작업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정몽규 HDC그룹 회장은 지난달 이동걸 산은 회장을 직접 만나, 기업 인수에 대한 의지를 다시 한번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 고위 관계자는 “채권단도 출자전환과 함께 HDC현산에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강력한 구조조정을 요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출자전환 등 아시아나항공의 인수 조건 변경은 정부의 항공업계 지원 방안에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금융위원회 등 관계 부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심각한 타격을 입은 항공업계에 대한 지원 방안을 모색 중이다. 다만 국토부와 금융위 간 이견으로 지원책 마련에 시간이 걸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 관계자는 “항공업계가 당장 숨이 넘어갈 정도의 그런 상황은 아닌 것으로 안다”며 “항공업계도 정부 지원을 받으려면 자구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
#아시아나항공#채권단 출자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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