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고 김복동 할머니의 장례 조의금 등으로 시민단체 활동가 자녀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해온 민간단체 ‘김복동의 희망(희망)’이 기부금품 모집을 위한 등록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으로 12일 드러났다. 김 할머니의 장례 후원금을 모은 계좌는 최근까지 희망 대표와 정의기억연대(정의연) 이사장을 맡아온 더불어시민당 윤미향 당선자의 개인 계좌로 확인됐다.
이날 행정안전부와 서울시는 “희망이 2018년 10월 설립된 이후 희망 측으로부터 기부금품 모집과 사용 계획서를 제출받은 적은 없다”고 밝혔다. 현행 기부금품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연간 1000만 원 이상 10억 원 미만의 기부금품을 모을 경우엔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10억 원 이상을 모을 경우엔 정부에 각각 성금 목적과 보관 방법, 사용처를 구체적으로 밝히고 등록해야 한다. 등록 절차를 거치지 않고 기부금을 모으거나 당초 밝힌 목적과 다른 곳에 기부금품을 쓰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희망은 홈페이지에 ‘연간 기부금 모금액 및 활용실적 명세서’를 게재하며 지난해 기부금 수입을 2억2066만 원으로 기재했다. 이 중 상당액은 지난해 1월 영면한 김 할머니의 장례식 때 시민들이 낸 조의금이었다. 희망 측은 같은 해 2월 “시민들이 모아 준 조의금 중 장례비를 치르고 남은 것을 장학금으로 지원하겠다”라고 밝힌 뒤 시민단체 활동가의 자녀 35명에게 200만 원씩을 줬다.
하지만 정의연 등이 김 할머니의 장례 일정을 공지했을 때는 시민들이 모아 준 돈을 시민단체 활동가 자녀 장학금으로 쓰겠다는 내용이 없었다. 당시 공지엔 ‘시민장례위원 회비’와 ‘영결식 후원금’의 입금 계좌가 윤 당선자 개인 명의의 국민은행 계좌로 적혀 있었다.
희망 관계자는 12일 “어찌 하다 보니 처음부터 기부금품 모집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번 주 안에 등록하기 위해 서류를 준비 중이다”라면서도 “현행법상 후원회비는 등록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위법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희망 측이 기부금품 모집 등록 자체를 안 했기 때문에 시가 기부금품 모집이나 사용 내역 제출을 요구할 권한은 없다”며 “기부금품 모집과 관련한 희망 측의 현행법 위반 여부는 고소나 고발을 통해 수사기관이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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