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재확산 비상]대학생 신분이라 편법강의 감춘듯
방역당국 “거짓진술로 경찰 고발”… 인천 학원종사자 전수조사
확진자 교회 2곳 예배 참석… 교인 1000여명 진단검사 받아
서울 이태원 클럽을 방문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20대 학원 강사가 직업과 동선을 숨기는 바람에 접촉자 진단검사가 사흘이나 늦춰졌다. 이 강사와 접촉한 학원 및 과외수업 수강생과 이들의 가족, 동료 강사 등 11명이 추가 확진 판정을 받았고 3차 감염 추정 사례까지 발생했다. 방역 당국은 거짓 진술을 한 학원 강사를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경찰에 고발할 계획이다.
○ 과외수업 학생의 어머니 등 11명 감염
13일 인천시에 따르면 미추홀구에 실제 거주하는 학원 강사 A 씨(25)는 이달 2일과 3일 이태원 킹클럽을 찾았다. A 씨는 3일 이태원의 한 주점에서 확진 판정을 받은 남성(21)과 만났고 5일에는 다른 지인(34)을 지인 자택에서 만나 음식점, 쇼핑몰 등을 다녀왔다. A 씨는 다음 날 학원, 음식점, 마트 등 7곳을 찾았다. 자신이 강사로 근무하는 미추홀구 학원에 출근해 오후 7시부터 11시까지 있었다. 7일 과외수업 학생을 만났고 같은 날 오후 9시 50분부터 다음 날 오전 1시 반까지는 서울 마포구의 한 주점을 다녀갔다. 8일 낮 12시에는 미추홀구의 한 체육시설을 찾아 1시간 정도 머물렀다. A 씨는 코로나19 증상을 느끼지 않았으나 방역 당국이 이태원 클럽 방문자들에게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라고 하자 미추홀구 보건소를 방문해 코로나19 검사를 받았고 9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A 씨와 직접 접촉한 2차 감염자는 모두 10명이다. 5일 만난 지인(34)이 감염됐고 학원 동료 강사(20)와 자신의 수강생 10명 중 고교생 5명도 확진 판정을 받았다. A 씨는 연수구 송도국제도시의 한 아파트에서 과외수업을 했는데, 여기에서도 확진자가 발생했다. 교습을 받은 중학생 쌍둥이 남매(13)와 어머니(46)가 확진 판정을 받았다. A 씨는 7일 쌍둥이 어머니와 대화를 나눴다. 쌍둥이 남매에게 다른 과목을 가르치던 여성(34)도 감염됐다. 이 여성은 A 씨와 따로 접촉한 사실이 없다. 강원 원주시 직장에서 근무하는 쌍둥이 아버지(48)는 주말마다 송도국제도시 아파트를 찾는데, 코로나19 검사 결과 음성으로 나타났다. A 씨가 다니는 대학 건물 2개 동은 임시 폐쇄조치 됐다.
○ 사흘 동안 직업, 동선 감춰
A 씨는 확진 판정을 받은 뒤 기초 역학조사가 진행될 당시 직업을 확인하는 역학 조사관의 질문에 ‘무직’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동선과 관련해서 A 씨의 진술이 정확하지 않다고 판단한 방역 당국은 9일 경찰에 휴대전화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조회해 달라고 요청했다. 12일 경찰로부터 받은 위치정보와 A 씨의 진술이 일치하지 않자 심층 재조사에 들어갔다.
그제야 A 씨는 “학원 강사”라고 답했고 미추홀구 학원과 연수구 아파트에서 과외수업을 했다고 조사관에게 털어놓았다. 그는 최초 역학조사에서 “6일 오후 6시 집에 들어갔다”고 말했으나 추가 역학조사 결과 당일 오후 학원에서 강의한 사실도 드러났다. 방역 당국은 A 씨가 확진 판정을 받은 뒤 사흘이 지난 12일에 학원 수강생과 과외수업 학생 등을 대상으로 검체 검사를 할 수 있었다. 박규웅 인천시 보건국장은 “대학 4학년인 A 씨는 아직 졸업하지 못했다. 편법으로 학원에서 강의해 동선과 직업을 속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확진자들이 다녀간 교회에도 비상이 걸렸다. 고교생 2명은 각각 미추홀구의 한 교회(교인 700여 명)와 동구의 한 교회(교인 350여 명) 예배에 참석했다. 동구 교회에 다니는 고교생은 성가대 활동을 했다. 이들 교회 교인들은 12일부터 미추홀구 운동장에서 워크스루 방식으로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다. 인천시교육청은 지역 내 5589개의 학원과 교습소 종사자들 대상으로 서울 이태원, 신촌 등 방문 여부 등을 전수 조사하기로 했다. 인천의 학원, 교습소 종사자는 지난해 12월 말 기준 내국인 1만1524명, 외국인 391명 등 1만1915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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