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현대가는 1960년대부터 한국의 재계 순위 1, 2위를 다퉜지만 사업적으로 긴밀한 협력은 보기 드물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의 13일 만남이 화제가 되는 것은 삼성과 현대의 이 같은 역사 때문이기도 하다.
재계는 이병철 삼성 창업회장과 정주영 현대 창업회장 간 서먹한 관계가 불거지기 시작한 시점을 1977년으로 보고 있다. 정 회장이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에 취임한 해다. 이 회장이 중심이 됐던 전경련에 오일머니를 바탕으로 급부상한 현대그룹의 정 회장이 등장하면서 서로 껄끄러워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1980년에는 양사의 갈등이 표면화되기도 했다. 현대그룹이 당시 삼성 산하였던 ‘중앙매스컴’의 현대건설 관련 보도를 해명하겠다며 주요 일간지 1면에 대대적인 광고를 낸 것이다.
이런 갈등은 두 회장이 여러 사업에서 경쟁관계였고, 스타일이 서로 달라서 불거졌다는 해석도 나왔다. 치밀한 전략가였던 이 회장과 저돌적인 불도저 스타일이었던 정 회장의 경영 스타일이 서로 맞지 않았다는 것이다.
1985년 정 회장의 고희연에서 와병 중이던 이 회장이 백자를 선물하면서 불화설은 일단락됐다. 이후에도 삼성과 현대 각자 전략 사업인 반도체, 자동차에 서로 진출하면서 또다시 갈등이 불거지기도 했다.
삼성과 현대차의 사업적 교류는 최근까지 사실상 전무했고 2014년에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 옛 한국전력 사옥 터 입찰에서 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2015년 현대산업개발(HDC) 정몽규 회장과 호텔신라 이부진 사장이 면세점 사업에 공동 진출하면서 범현대가와 삼성의 협력으로 해석된 적은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현대가의 본류인 현대차와 삼성이 차세대 배터리 개발 협력을 논의하면서 두 기업의 사업관계가 확실히 진전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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