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이야기]지구온난화 해법은 바다에 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5월 16일 03시 00분


김동식 케이웨더 대표이사·기상산업연합회장
김동식 케이웨더 대표이사·기상산업연합회장
‘세계의 바다는 1초에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폭탄 5개와 같은 열량을 받아들이며 뜨거워지고 있다.’ 대기과학지(AAS)에 발표된 논문 속 표현이다. 14명의 다국적 과학자들로 구성된 국제연구팀은 1950년부터 지난해까지 전 세계 해양의 해저 2000m 지점의 수온을 측정한 결과 지난 5년이 현대적 측정이 시작된 이래 해수 온도가 가장 높았던 기간이라고 밝혔다.

지구 표면적의 70%가 넘는 바다의 온도 상승은 지구온난화와 관련된 경고 중 가장 강력하다. 일단 바다가 뜨거워지면 북극과 남극의 얼음이 더 빨리 녹고 이는 해수면을 상승시킨다. 해수면 상승은 바다 면적이 넓어짐을 의미하는데 일반적으로 바다는 지표면보다 태양광을 덜 반사시키고 탄소도 덜 흡수해 바다 면적이 넓어지면 지구온난화가 가속된다.

또한 바다 온도 상승으로 현재 대기 중 탄소량의 두 배인 1조8000억 t을 함유하고 있는 북극의 영구 동토층이 녹는다면 이 엄청난 양의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으로 분출돼 지구온난화를 심화시킨다. 이산화탄소가 지구온난화의 대표적 원인 중 하나인 온실 가스의 주성분이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바다의 자정 능력이 줄어들며 지구온난화 조정자로서의 역량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바다는 열뿐만 아니라 이산화탄소 역시 빨아들이며 지구온난화를 막는 역할을 한다. 2014년 발표된 글로벌 탄소 수지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에 대기 중으로 배출된 이산화탄소의 26%를 바다가 흡수했다. 수치로 환산하면 대략 매년 100억 t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있었던 셈이다. 그중 상당량은 해초의 광합성 작용 등 바닷속 생태계의 자정 작용으로 해결했다. 그러나 자정 작용의 한계치를 넘어선 이산화탄소 유입으로 바닷속 사막화가 진행됐고, 결국 바다의 자정 능력이 떨어지게 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구온난화는 미국의 기후조약 탈퇴에서 보듯이, 경제 문제보다 뒷전으로 밀리거나 미래의 문제로 치부되기 일쑤다. 하지만 우리가 명심해야 할 것은 지금까지와 같이 바다가 버텨주지 못한다면 지구온난화는 당장 현재의 재난으로 돌변한다는 점이다. 해수 온도가 상승하면 비가 내리고 이 비가 증발하는 방식에도 변화가 생겨 건조한 지역은 더 건조해지고 습한 지역은 더 습해진다. 필연적으로 태풍이나 화재와 같은 자연재해는 더 강해지며 인류가 거주할 수 있는 지역도 점점 좁아질 수밖에 없다. 최근 들어 전 세계 곳곳에서 큰 피해를 주고 있는 슈퍼 태풍은 이런 기후변화의 산물이다.

바닷속 생태계를 살리는 것은 지구온난화를 해결하는 데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더 많은 관심과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다행히 우리 정부는 2012년 세계 최초로 5월 10일을 바다 식목일로 지정하고 바다에 해조류를 심는 등 바다 생태계 회복에 힘쓰고 있다. 바다 식목일을 이용한 바다 생태계 복원을 케이팝과 케이방역에 이어 새로운 한류의 한 분야로 포함시킬 수 있다면 인류는 지구온난화 문제 해법에 한 걸음 더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김동식 케이웨더 대표이사·기상산업연합회장
#지구온난화#해수면 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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