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6000억 원대의 환매 중단 사태를 일으킨 뒤 도피했다가 붙잡힌 라임자산운용(라임) 이종필 전 부사장(42·수감 중)이 ‘라임에 대한 금융감독원 검사, 라임의 펀드상품 판매와 관련해 정관계 인사와 연락한 적이 있다’는 취지로 언급한 정황이 포착됐다. 여권 인사와 야당 국회의원을 통해 금융권 고위 인사의 힘을 빌리려 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18일 동아일보가 라임과 금융권 관계자 여러 명을 접촉한 결과 도피 중이던 이 전 부사장은 “라임 사태가 불거진 뒤 금감원 검사와 관련한 부탁을 하기 위해 여당 소속 한 자치단체장의 정무 라인인 A 씨에게 연락한 적이 있다”고 측근들에게 말했다. 여권 인맥이 두꺼운 A 씨의 힘을 빌려 사태 수습을 시도한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검찰도 도피 중이던 이 전 부사장과 측근을 추적할 당시 이들의 휴대전화 착·발신 기록 등을 통해 이 같은 단서를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부사장은 또 라임의 펀드상품 판매를 늘리는 과정에서 야당 소속 B 의원에게 부탁한 일도 언급했다고 한다. B 의원을 통해 우리금융지주 고위 관계자에게 라임 펀드 매출을 높일 수 있게 편의를 봐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라임으로부터 투자를 받은 회사가 검찰 간부 출신 변호사 C 씨와 계약한 뒤 C 씨에게 돈을 보낸 일도 있다고 한다. 당시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이 회사와 C 씨 간 계약에 대해 “(계약의 실제 목적은) 라임 펀드 판매 증진을 위해 힘을 써달라는 취지였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환매가 중단된 라임 펀드를 판매한 은행과 증권사 19곳 중 판매액(3577억 원)이 가장 많았던 곳이다.
라임과 관련된 로비 의혹을 추적할 단서가 드러남에 따라 검찰이 이 전 부사장, 라임의 ‘뒷배’로 불리는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46·수감 중)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할 가능성도 있다.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조상원)는 이 전 부사장을 코스닥 상장사 리드로부터 펀드 자금 투자에 대한 리베이트 명목으로 명품 시계 등을 받은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수재)로 먼저 기소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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