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의회 격인 전국인대와 정치자문기구인 정협이 매년 3월 초 같은 시기에 열흘 남짓 연례 회의를 개최하는데 이를 ‘양회(兩會)’라고 부른다. 두 기구의 대표와 위원 5000여 명, 31개 성·시·자치구의 공무원과 기업인, 3000여 명의 국내외 취재진 등 줄잡아 1만 명 이상이 집결한다. 하지만 코로나19로 2개월 이상 늦게 21일 개막한 올해 양회는 많은 풍경이 달라졌다.
▷양회는 소수 민족 정협 위원들이 다양한 전통 의상을 뽐내며 인민대회당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면서 시작하는데 올해는 그 장면이 사라졌다. 대표와 위원은 코로나 진단검사 음성이 나와야 참석할 수 있다. 취재 기자는 초대받은 극소수만 9시간 격리 및 핵산 검사 등을 거친 후 회의장에 들어갔고 지정 공간 외에는 이동이 금지됐다.
▷과거 양회 기간 베이징에서는 3가지 접대가 성행했다. 지방정부 베이징 출장소 직원의 상경 간부 접대, 지방 공무원의 중앙 정부 고위층 관관(官官) 접대, 기업인들의 중앙과 지방 정부 공무원 접대 등이다. 중심가 창안제의 고급 음식점과 술집은 불야성을 이뤘다. 시진핑 주석 집권 이후 접대 금지를 위한 ‘레드 카펫, 꽃, 환영 플래카드’ 3무(無) 관철, 사치 풍조 근절을 위한 ‘8항(項) 규정’ 등이 시행됐지만 양회는 낮에는 회의, 밤에는 ‘술과 음식이 어우러진 밀접 접촉’의 잔치였다.
▷취재도 활발했다. 각 부처의 부장(장관) 등 고위층이 인민대회당 복도에 나타나면 수십 명의 중국 기자가 몰려 질문 공세를 폈다. 2015년부터는 ‘부장 통로’ ‘대표 통로’ ‘위원 통로’ 등이 차례로 만들어져 간단하게 즉석 스탠딩 인터뷰를 했다. 고위층 접근이 제한된 중국에서 양회 기간은 제한적이지만 ‘언론 해방구’였다. 베이징 곳곳에서 진행된 소수 정당, 지역 직능 단체, 소수 민족 등의 소회의도 활발했다. 코로나19는 이런 작은 소통 통로마저 좁혔다. ‘언택트 양회’는 14억 중국인과 56개 민족의 단합을 확인하는 ‘한 해 최대 정치행사’라는 의미도 퇴색시킬 수 있다.
▷중국이 세계 2위 경제국이 된 뒤 총리가 양회에서 공개하는 한 해 경제성장률 목표치가 매년 세계의 관심사였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 반성문’이 나올지가 더 큰 관심사다. 미국이 “중국은 악랄한 독재정권”이라며 날을 세우자 신화통신은 어제 “방역 저격전에서 중대한 성과를 거두며 양회가 열렸다”고 맞섰다. 공산당 일당 지배 체제의 성과를 과시하는 무대이기도 한 양회가 반성 없이 자화자찬으로 흐르면 중국이 세계로부터 ‘언택트’되는 현상이 가속화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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