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92)가 “정대협(정의연)이 목숨을 걸고 끌려간 위안부 할머니들을 이용해 모금을 했다”고 폭로했다.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자 의혹에 대해서는 “생각도 못한 너무도 많은 것들이 나왔더라”며 “검찰에서 (수사)할 일”이라고 밝혔다.
이 할머니는 25일 오후 대구 인터불고호텔에서 2차 기자회견을 열고 “1992년 6월 25일 (피해자로) 신고를 할 때 윤미향은 간사였다. 모 교회에 갔더니 (정대협 측에서) 100만원 씩 돈을 나눠주는데 무슨 돈인지도 몰랐다. 왜 모금을 하는지도 모른채 농구 등 모임에 끌려다녔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어 “(돈을 받아온 윤 당선인에게) 배가 좀 고픈 데 좀 맛있는 거 사달라고 하면 ‘돈 없다’고 했다. 그래도 모르고 쭉 30년을 함께 해왔다”고 했다.
이 할머니는 “공장에 갔다온 정신대와 위안부는 많이 다르다. 14살 때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갔다. 끌려가서 당한 일은 말로도 못할 정도다”며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는 정신대를 위한 기관인데 무슨 권리로 위안부 피해자를 이용하냐”고 울분을 토했다.
그러면서 “비유하자면 만두 겉면은 정신대로 빚어놓고 속에는 위안부를 넣었다”라며 “일본에 ‘사죄해라’ ‘배상해라’ 주장해도 일본 사람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하지, 섞어서 이건 사죄 안해도 된다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이 할머니는 “위안부는 생명을 걸고, 거기(위안소) 가서 죽은 사람도 많다”며 “(정대협이) 위안부 할머니들을 팔아먹었다. 내가 왜 팔려야 되느냐”며 울먹였다.
이 할머니는 윤 당선인과 관련해서는 “지난 3월 30일 윤미향에 전화해 ‘한번 와달라. 이러면 안되지 않나. 계속 이러면 나 기자회견 하겠다’고 말했더니 아주 큰소리로 ‘기자회견 하시라’고 했다. 그래서 7일 기자회견 한 것”이라면서 “윤미향은 사리사욕에 따라 출마한 것이다. 용서할 것도 없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7일 이 할머니는 1차 기자회견을 통해 정의연이 모금한 성금이 피해자를 위해 쓰인 적이 없다면서 수요집회를 더는 참석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에 정의연은 입장문을 내고 해명에 나섰지만 불분명한 회계 처리에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특히 전 이사장 이었던 윤 당선인의 기부금 개인 유용 의혹으로 까지 번졌다.
이후 윤 당선인은 이 할머니를 직접 만나 사과하기도 했다. 이 할머니는 이에 대해 “윤미향이 와서 무릎을 꿇고 용서해 달라더라. 그래서 내가 며칠 후 기자회견 할 테니 오라고 했다. (윤미향과 함께 온 이들 중에) 소위 교수라고 하는 사람을 비롯해 여럿이 있었는데, 뻔뻔하기 짝이 없더라”고 비난했다.
이어 “(윤미향이) 30년을 같이했으니 한번 안아달라고 했다. 그래서 이게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안아줬다. 나도 인간인지라 눈물이 왈칵 나더라. 그래서 (윤미향을) 안고 울었는데, 그걸 가지고 ‘용서했다’는 말이 나오더라. 너무 황당하다”고 토로했다.
이 할머니는 “김복동 할머니 미국 끌고 다니면서 고생시키고 이용했다. 윤미향이 생전에 할머니 이용해 먹고 장례 때 거짓 눈물을 흘렸다”며 “재주는 우리가 돈은 단체가 받아갔다. 검찰에서 꼭 죄를 물어 벌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 할머니는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한·일 학생들이 왕래 ·교류하면서 역사를 배워야 한다” 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역사 주인인 학생들에 올바로 가르쳐야 한다”고 거듭 말했다.
당초 이날 회견 장소는 대구 남구의 한 찻집에었으나 해당 호텔로 변경됐다. 회견시간 역시 오후 2시 예정이었으나 장소변경 혼동과 할머니 건강 등의 영향으로 40분가량 늦게 시작됐다. 이 할머니는 미리 입장문을 준비해 왔으나 읽지 못하고 즉석에서 입장을 밝혔다.
윤 당선인은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진하 동아닷컴 기자 jhji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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