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제’ 박인비 조 vs 린드베리 조
韓-美서 ‘골프존 매치챌린지’ 출전
가상의 난코스에 실수 잇따르자, 5000여 시청자들 “인간미 느껴져”
‘골프 여제’ 박인비(32)가 아이언 샷으로 핀에서 1.8m 거리에 공을 붙이자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스크린골프 대결을 벌인 선수들 사이에서 “굿 샷!”이라는 환호가 나왔다. 박인비와 팀을 이뤄 대전 골프존 조이마루에서 경기를 펼친 유소연(30)은 박수를 쳤다. 이들에 맞서 미국 플로리다주 세인트오거스틴의 세계 골프 명예의 전당에서 플레이한 리디아 고(23·뉴질랜드)-페르닐라 린드베리(34·스웨덴) 조는 경기장에 설치된 TV를 통해 화상으로 부러움의 눈길을 보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중단된 가운데 25일 스크린골프 기업 골프존은 LPGA투어에서 뛰는 4명의 스타 선수가 출전한 ‘골프존 LPGA 매치플레이 챌린지’를 개최했다. 13시간의 시차를 넘어 한국과 미국 양국에서 동시 진행된 경기에서 양 팀은 스크린골프 화면을 통해 서로의 스코어와 공의 위치 등을 실시간으로 확인했다.
5000명이 넘는 팬들이 유튜브 생중계를 시청했다. 4명 모두 메이저대회 우승 경험이 있는 선수지만 실제 필드와는 다른 환경에 애를 먹었다. 가상 전장인 베스페이지 스테이트파크 블랙코스의 까다로운 난도도 영향을 끼쳤다. 선수들이 퍼팅 시 거리 조절에 애를 먹는 모습이 종종 나오자 팬들은 “강한 인간미를 느낀다”는 반응을 보였다.
실내에서 열리는 스크린골프의 특성상 선수들의 경기 중 대화가 생생히 팬들에게 전달된 것도 화제였다. 유소연이 2m도 되지 않는 거리의 퍼팅을 놓치자 박인비는 “소연아! 너무한 것 아니야”라고 말했다. 이에 유소연은 “너무한 것 맞아. 내가 구멍인 것 같아”라며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퍼팅에 어려움을 겪은 프로들이 컨시드(1m)를 간절히 바라는 모습에 팬들은 “동네 스크린골프장에서의 나를 보는 것 같다”며 즐거워했다.
스크린골프 경험이 없었던 린드베리는 “박인비와 다시 대결을 해보고 싶다”며 선뜻 대회에 참가했다. 린드베리는 2018년 메이저대회인 ANA 인스피레이션 당시 박인비와 ‘1박 2일 연장 혈투’ 끝에 생애 첫 LPGA투어 우승을 차지했다. 환상적 벙커샷을 선보이며 스크린골프에 빠른 적응력을 보인 린드베리의 활약 속에 1라운드 포섬(공 1개를 두 선수가 번갈아 치는 방식)에서는 리디아 고-린드베리 조가 1홀 차 승리를 거뒀다. 대회 우승 상금 1만 달러(약 1240만 원)는 코로나19 기부금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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