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경매서 입찰자 없어 유찰
“국공립기관이 소장해야” 여론에 사립미술관들 나서기 힘들었을듯
“길이 하나 막혔다고 끝은 아니다.”
간송미술관 측이 재정 압박을 해소하기 위해 27일 케이옥션 경매에 내놓은 보물 불상 2점이 유찰되면서 간송 측의 향후 행보에 문화재계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간송미술문화재단 관계자는 이날 유찰 소식을 접한 뒤 본보와의 통화에서 “기왕 하기로 한 이상 (경매에서) 좋은 결과가 나왔으면 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그리고 “경매 결과와 관계없이 간송미술관은 새로운 길을 걷겠다는 기조를 살려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간송가(家)가 내놓은 금동여래입상과 금동보살입상의 경매 시작가는 각각 15억 원으로 경매사가 호가를 불렀음에도 응찰에 나선 이가 없었다. ‘민족문화유산의 수호자’ 전형필 선생의 후손으로서 문화재를 매각한다는 부담을 감수하고 매각에 나선 간송 측으로서는 상처가 작지 않은 게 사실이다.
국립중앙박물관(관장 배기동) 역시 전날 본보에 밝힌 대로 이날 경매에 참여하지 않았다. 그러나 27일 “국립중앙박물관이 민간 후원회와 함께 구입하는 쪽으로 케이옥션과 상의하고 있다”고 밝힌 배 관장의 인터뷰가 한 언론에 나가면서 경매 유찰에 영향을 준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원래도 ‘간송 컬렉션은 국공립기관이 소장해야 한다’는 여론이 있었던 차에 관장의 발언이 사립미술관이나 개인 수집가의 응찰을 더욱 주저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한 문화재계 인사는 “의도야 어쨌건 국립중앙박물관의 처신이 적절하지 않았다”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국립중앙박물관은 구입을 위한 물밑 협상을 거의 벌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일단 ‘시간을 벌었다’는 분위기다. 국립중앙박물관 관계자는 “경매를 이틀가량 앞두고 케이옥션에 ‘경매 중지’가 가능한지 문의했지만 ‘그대로 진행하는 게 자연스럽다’는 취지의 답을 들었다”고 했다.
이날 불상의 경매 시작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한 문화재 관계자는 “당대 문화재 가운데 유일한 작품이었으면 경매 결과는 달랐을 것”이라고 했지만 다른 전문가는 “경매 시작가 이상의 가치가 있는 문화재”라고 했다. 이번 경매한 주관한 케이옥션 역시 매각을 성사시키지는 못했다는 측면에서 타격이 없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간송 측이 앞으로는 ‘조용히’ 매각에 나설 것이라는 추정도 나온다. 최근 고미술 시장에서 거액의 거래가 침체됐기에 간송 측이 경매 방식을 택했지만 ‘리트머스시험지’ 성격의 이번 시도가 무위로 돌아간 이상 다른 방법을 찾을 것이라는 얘기다.
이번 일을 계기로 ‘간송 컬렉션’에 관해 근본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응천 동국대 교수(국외소재문화재재단 이사장)는 “아무리 사유물이라 해도 간송 컬렉션 가운데 중요 문화재의 구입은 국공립기관이 예산 탓을 하며 너무 잴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광표 서원대 교수는 “간송미술관이 사립이지만 공공성의 역사를 가진 이상 간송 측도 어려움을 솔직히 털어놓고 사회도 지원하는 것에 대해 공개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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