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아는 손님도 약탈을…”, 美폭동 확산에 韓상인도 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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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6월 1일 10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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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백인 경찰의 가혹 행위로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 흑인 남성이 사망한 것에 대해 항의하는 시위가 폭동과 약탈로 번졌다. 현지에서 상점을 운영하는 한인 교포들도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었다.

미니애폴리스에서 20여 년째 상점을 운영하고 있다는 안대식 씨는 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를 통해 폭동 당시 상황을 전했다. 미국시간으로 지난달 26일 밤 시위대가 안 씨 등의 상점을 약탈했다는 것이다.

안 씨는 “제가 저녁 9시에 도착했는데 옆에 몇 가게들은 (출입문이) 깨져서 약탈을 당하고 있더라. 우리 가게 출입문은 깨지지 않아서 지키고 있었다. 근데 새벽 1시 정도가 되자 중년 남자들이 와서 망치로 문을 깨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가 소리 지르면서 그러지 말라고 했다. 그랬더니 어떤 흑인 분이 와서 ‘우리 커뮤니티 스토어니까 깨지 마라’ ‘자중 좀 해 달라. 깨지 말라’고 소리를 질렀다”고 말했다. 인종 차별로 인해 번진 폭동이지만, 무분별한 지역사회 피해를 막기 위해 나선 흑인들도 있었던 것이다.

안 씨의 저항에 시위대는 떠나는 듯 했다고 한다. 하지만 옆 상점에서 소화기를 가져와 출입문을 부순 후 다시 상점 안으로 진입했고, 이내 수많은 사람들이 상점 안 물건을 가지고 나갔다.

안 씨는 “망연자실했다. 근데 한 손님이 왔다. 나를 아는 손님이었다. 그래서 ‘네가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느냐’고 따졌다. 손님은 ‘사태가 이래서 자기도 어쩔 수 없이 그랬다. 미안하다’고 하더라. 제가 볼 때는 군중심리다. 그리고 가져온 물건을 다시 나한테 주었다”라고 말했다.

안 씨는 “경찰들에게 따졌다. ‘우리가 재산 피해를 이렇게 보는데, 세금도 내고 그랬는데 어떻게 경찰이 이렇게 지켜주지를 않느냐’ 그랬더니 폭동이 너무 심하니까 경찰도 대처할 방법이 없다고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총소리가 여기저기서 나니까 위험하다. 멀리서 쳐다볼 수밖에 없는데 차라리 집에 있는 게 낫겠다. 속상하니까 그냥 집에 있는 게 낫겠다. 그래서 (집으로) 왔다”고 토로했다.

윤우열 동아닷컴 기자 cloudanc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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